[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하면서 금융권이 발빠른 행보로 경쟁에 나서고 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KB금융이 가장 먼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예정을 발표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인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도 1호 공시기업이 나왔다.
▲ KB금융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발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로 금융권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 상장기업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금융권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움증권은 전날 한국거래소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주주환원율 30%, 주가순자산배율(PBR) 1배 이상 목표를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금융권을 넘어 국내 상장기업 1호 공시다.
KB금융지주는 한국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안내공문을 발송한 27일 곧바로 올해 4분기 안에 중장기 자본관리, 자산성장계획과 주주환원 정책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담은 계획안을 발표하겠다는 예고 공시를 올렸다.
KB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 공시를 올리면서 “KB금융이 밸류업 프로그램 시작을 알린 만큼 밸류업 모범생으로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키움증권과 KB금융에 이어 금융권은 앞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서도 선두에 설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리딩금융 경쟁이 한창인 신한금융도 현재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관련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둘지 등 세부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금융도 하반기 공시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 등이 상반기 공시를 목표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26일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면서 기업 밸류업 정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금융권이 이에 적극 호응하는 것인데 기업 밸류업 ‘본게임’에서도 주가부양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KB금융을 비롯한 금융주는 낮은 주가순자산배율(PBR)과 탄탄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올해 초 기업 밸류업 정책 추진 초기부터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톡톡히 수혜를 봤다.
금융권이 기존부터 상대적으로 기업공시 등에 적극적이었던 점도 밸류업 정책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상장 금융사들은 이미 실적발표 자료 등을 통해 주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고 있다.
당장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발표 보고서만 봐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구체적 주주환원 계획과 보통주자본비율 등 자본관리정책, 경영실적 전망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성과와 계획까지 나와 있다.
지배구조 등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서도 이미 해마다 발간하고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ESG 정보공시 시스템 구축에도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기도 하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과 관련된 주주환원을 포함 재무적 요소 등은 대부분 금융사들이 이미 공시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관련 구체적 내용들에 관한 자세한 논의들은 진행하고 있을 것”이라며 “내년 밸류업 우수기업 선정 등도 있는 만큼 올해 안에 공시를 서두르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밸류업 정책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한다.
▲ 키움증권은 28일 한국거래소 상장기업공시시스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주요 기재사항에는 주가순자산배율(PBR) 등 시장평가지표,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효율성지표, 배당과 자사주소각 계획 등 주주환원 정책 등 재무지표와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측면의 지배구조 관련 비재무지표 내용 등이 포함된다.
정부도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올해 3분기 기업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구성한 지수를 산출하고 2025년 5월부터는 밸류업 우수기업을 공식 선정한다. 올해 초 밸류업 정책 추진으로 금융주를 비롯해 PBR이 낮은 기업들이 증시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밸류업 우수기업에 선정되면 투자자들의 눈길을 더 끌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부산경남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6개 지역에서 진행 예정인 코스닥 상장사 공시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 밸류업 및 공시지원 설명회’에는 상장기업 약 1천여 곳이 참가신청을 했다.
한국거래소는 “KB금융을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밸류업프로그램에 동참해주기를 기대한다”며 “상장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고 교육 및 중소 상장기업 대상 컨설팅·영문번역 제공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