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에 ‘큰 차 선호’ 트렌드가 퇴조하고 경·소형차 판매가 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큰 차 인기가 두드러지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최근 경·소형차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부터 인기 경·소형차 제품군에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모델이 추가되는 데다, 하반기에 상품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춘 보급형 소형 전기차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작은 차 판매 추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경기 둔화에 따라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비싼 중형과 대형차보다는 저렴한 경·소형차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8일 기아 판매실적 자료를 종합하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셀토스'와 경차 '레이' 판매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셀토스는 올해 1~4월 국내에서 1만7684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4.5% 늘었다.
지난해 셀토스가 2019년 첫 출시된 뒤 처음 5만 대 판매 벽을 넘으며, 역대 최다 연간 판매 기록을 세웠는데, 출시 6년 차에 또 한 번 최다 판매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솔린 모델만으로 판매되고 있는 셀토스는 첫 출시 이듬해인 2020년부터 국내 소형 SUV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2022년 7월 첫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 이후 2천만 원 초반대 시작가격과 공간 활용성이 부각되며, 시간이 지난수록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출시 14년차를 맞은 경차 레이 판매 증가세도 뚜렷하다.
레이는 올 1~4월 국내에서 1만7254대가 팔려 1년 전보다 판매량이 6.7% 증가했다.
레이 역시 지난해 국내에서 5만930대가 팔려 역대 연간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작년 9월 전기차 모델인 레이 EV를 라인업 추가하며 판매실적을 키웠는데, 올해 들어 판매량이 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는 2011년 첫 출시 뒤 단 한번의 완전변경(풀체인지) 없이 2번의 부분변경만 거친 1세대 모델 그대로 판매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전 세계에서 큰 차 선호 현상이 가장 뚜렷한 시장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4월까지 국내 누적 승용차 판매 순위를 보면 중형 SUV 쏘렌토, 대형 RV(레저용 차량) 카니발, 중형 SUV 싼타페, 준중형 SUV 스포티지, 준대형 세단 그랜저 순으로 베스트셀링 톱5가 꾸려졌다. 10위 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소형 이하 차급으로는 셀토스 단 한 차종만 6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한국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준대형 세단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매 실적을 올리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대표 경·소형차들이 꾸준한 판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이 차급 새 모델들이 잇달아 출시를 앞두고 있어 올해 국내 큰차 선호 자동차 시장 트렌드에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의 경차 캐스퍼를 위탁 생산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현재 캐스퍼 전기차 시험생산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오는 7월 양산을 시작한다.
GGM에 따르면 캐스퍼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 모델보다 전장을 25cm 늘리고,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다. 이에 따라 캐스퍼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기아 레이 EV(205km)보다 무려 150km 증가한 350k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캐스퍼는 2021년 9월 처음 등장해 국내 경차 시장 부활의 신호탄을 쏜 차량이다. 2022년 4만8002대, 지난해 4만5451대가 국내에서 판매됐다.
GGM은 하반기에 캐스퍼 2만4500대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는데, 이 중 70%에 달하는 1만7천 대를 전기차로 생산하기로 했다.
국내 소형 SUV 최강자 셀토스도 내년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면서 제품군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을 거치며, 올 1분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3% 역성장한 반면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같은 기간 46.3%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솔린으로만 판매되던 셀토스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되면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턴 국내 소형 SUV 전기차 판매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7월 소형 전기 SUV 신차 EV3를 출시한다. EV3는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며 첫 공개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다.
EV3는 기존 국내 판매되던 파생형 소형 SUV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니로 EV와 달리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에 기반한 전용전기차 모델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1km로 니로 EV보다 100km 가량 크게 늘었고, 공간활용성도 개선됐다. 그럼에도 국고 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받으면 3천만 원 중반대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측은 국내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올해 국내에서 EV3를 한 달에 2500~3천 대가량 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국내에서 한 달 3천 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소형 SUV는 셀토스 한 차종뿐이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