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해외 타이어회사에 매각될 경우 국내 타이어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국타이어를 중심으로 국내기업들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14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가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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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식 한국타이어 사장. |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직접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인수전에 참여하는 다른 국내 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호타이어 매각이 국내 타이어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가 시작되면서 해외 타이어회사들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호타이어가 해외에 매각될 경우 국내 타이어업계의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호타이어가 보유한 국내 타이어 기술과 글로벌 영업망을 빼앗기게 되면 국내 타이어회사가 설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5월 미국 조지아 공장을 완공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국내 등 4개 국가에서 9개 공장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중국에서 3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중국정부가 해외기업의 중국공장 설립을 제한하면서 금호타이어의 중국공장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그리고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회사 3곳의 올해 상반기 해외매출 비중은 전체의 80%에 이를 정도로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중국에서 경쟁심화로 중국 및 아시아지역 매출이 크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중국 켐차이나가 이탈리아 피렐리를 인수하면서 중국 및 아시아지역 매출 비중이 떨어졌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중국 타이어회사들이 금호타이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 세계 12위인 금호타이어가 해외에 매각되면 국내 시장경쟁 심화와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나머지 국내 타이어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선뜻 인수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박 회장과 해외기업의 경쟁구도로 흘러가고 있지만 박 회장이 인수자금 마련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금호타이어 되찾기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금호타이어가 해외기업에 매각될 경우 국내 타이어업계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면서 이런 상황이 국내 기업들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고려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가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면 해외매각도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매각의 핵심은 회사의 경영정상화”라며 “국내 타이어회사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만큼 굳이 해외매각을 막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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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금호타이어 매각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9월 말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오는 11월 중 예비입찰을 거쳐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금액만 제시해도 금호타이어를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지정 및 양도가 불가능해 독자적으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금호타이어 지분의 매각금액은 지분가치를 고려하면 7천억 원대다.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고 입찰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1조 원 이상까지 치솟을 것으로 투자은행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국영화학그룹, 일본 브리지스톤과 요코하마타이어, 프랑스 미쉐린 등 글로벌 타이어회사들이 대거 금호타이어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의 인수자금 마련 계획이나 계열사의 인수전 참여 여부 등 현재까지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