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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들도 피하지 못하는 공사비 갈등, 곳곳에서 소송으로 부담 가중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4-05-23 15: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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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020년 이후 급등한 건설공사비가 건설업계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도 공사비를 둘러싼 소송전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공사비를 둘러싼 발주처와 건설사 사이 갈등이 격화되면서 당분간 건설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사들도 피하지 못하는 공사비 갈등, 곳곳에서 소송으로 부담 가중
▲ 서울의 한 재건축 현장에서 작동 중인 크레인의 모습. <연합뉴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분기보고서 주요 건설사들 여럿이 공사비 문제로 발주처와 재판 또는 중재절차 등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3월22일 송도신도시 국제업무단지 B5블록 신축공사 엘제이프로젝트PFV를 상대로 설계변경 등 100억 원 규모의 추가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월5일에는 용인테크노밸리를 대상으로 118억 원 규모 용인 구성 지식산업센터 공사대금 청구소송도 냈다.

GS건설은 3월21일 미아3구역(북서울자이폴라리스) 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물가상승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 규모는 323억 원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22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대상으로 24억여 원 규모의 공사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현재 중재 진행 중이다.

이외에 롯데건설은 거여2-1구역 재개발조합(107억 원), 대치2지구 재건축조합(85억 원), 주안4구역 재개발조합(83억 원)과 공사대금 관련 법정다툼이 진행 중이다.

DL이앤씨도 지난해 말부터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과 1645억 원의 공사대금 청구소송을 이어왔다. 청천2구역은 5050세대 규모의 e편한세상부평그랑힐스로 지난해 10월부터 입주를 진행하고 있는 단지다. 최근에야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결정해 조만간 합의서를 작성하고 소를 취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공사대금 관련 분쟁으로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쌍용건설과 KT의 소송전이다.

쌍용건설은 2020년에 KT로부터 967억 원 규모의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를 수주해 지난해 4월에 준공했다. 하지만 공사 기간에 공사비가 급격히 상승한 만큼 KT에 추가로 발생한 171억 원의 분담을 요청했다.

추가 공사비 규모는 쌍용건설로서는 상당한 수준이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377억 원을 거뒀다.

쌍용건설은 KT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을 진행하는 등 갈등 해결 노력을 이어왔으나 결국 KT가 10일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KT는 계약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주요 주장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KT의 소송 제기를 놓고 “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이었는데 KT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고 소송 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급작스러웠다”며 “앞으로 반소 제기, KT 본사 앞 시위 등 강경대응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설계변경과 공기연장 요청을 수용해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며 "논란을 명확히 해결하기 위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KT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주요 기업 가운데 하나로 다른 건설사와도 여러 공사 계약을 맺고 있다. 이번 소송에 건설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현재 KT는 쌍용건설 외에도 현대건설, 롯데건설, 한신공영 등과 건설 사업을 진행하는 상태다. 특히 한신공영과 지난해 10월 국토부 중재절차를 시작하는 등 공사비 갈등이 이미 표면화됐다.

이번 쌍용건설과 KT 사이 소송은 앞으로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2020~2022년 사이 공사비 급등이 계약상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화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법원의 판단이 나오는 첫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1심에서라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화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KT 외에 비슷한 시기에 건설공사 계약을 맺은 다른 사업장에서도 같은 내용의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 자체는 건설업계에서 흔한 일이고 계약 시점과 준공 시점의 물가 차이 역시 예측 범위 내라면 통상적으로 고려되는 상수에 가깝다. 하지만 급격한 공사비 상승은 기존 계약 내용에 따랐을 때 건설사에 막대한 손해를 안기는 상황을 만든다.

이 때문에 근래 들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계약이 진행된 사업장 위주로 공사비 추가 분담금을 놓고 건설사와 발주처 사이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54.85로 지난해 3월보다 2.4% 증가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자원 등의 직접공사비를 대상으로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와 생산자물가지수, 대한건설협회의 공사부문 시중노임 자료 등을 이용해 작성된 가공통계로 건설공사 직접공사비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지수다.

건설공사비지수의 증가세는 2020년부터 2022년 사이에 가팔랐다가 최근 들어 주춤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에 따라 세계적으로 물가가 요동치면서 비교적 단기간에 급속도로 진행됐다.

건설공사비지수는 3월 말을 기준으로 2020년에는 118.06으로 전년보다 1.73% 올랐으나 2021년에는 126.14로 6.84%가 상승했다. 2022년에는 143.74로 13.95% 급등했고 2023년에는 151.22로 5.20% 상승했다.

1~2년 사이 급격히 오른 공사비는 건설업에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공사 기간이 짧게 잡아도 몇 년은 걸리는 산업의 특성상 계약 당시로서는 예상을 넘어서는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공사비 문제는 건설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7일자 건설동향브리핑에서 “올해 1~3월 민간수주는 모든 공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전년 동기 대비 36.2% 감소한 22조2천억 원”이라며 “같은 기간 기준 9년 내 최소 실적으로 부동산PF 문제와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쟁이 증가한 영향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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