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오른쪽)이 22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루닛 본사에서 열린 '볼파라 인수 마무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테리 토마스 볼파라 최고경영자(CE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가 유방암 검진업체 볼파라를 인수하며 의료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이라는 목표 달성에 한 발 가까워졌다.
루닛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암 진단 등의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데 볼파라가 보유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의료 AI 분야 선도 회사 도약을 위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는 22일 서울시 강남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루닛과 볼파라 합산 매출이 1천억 원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 AI 분야에서 1천억 원 이상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는 손에 꼽힌다”고 강조했다.
루닛은 지난해 약 2600억 원을 투자해 유방암 검진업체 볼파라 인수에 나섰다.
당시 루닛보다 덩치가 큰 볼파라를 인수하면서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나왔지만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결실을 보게 됐다.
서 대표는 "이번 인수가 단기적으로 미국 진출의 발판일 뿐 아니라 의료 AI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첫 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초거대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해 현재 루닛이 보유하고 있는 검진 AI의 딥러닝이 필수적이다.
루닛이 2014년 출범한 이후 본격적으로 의료 AI를 개발하면서 5년 동안 모두 30만 건의 의료데이터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물론 국내 의료 인공지능 업체 가운데서는 가장 많은 양을 보유한 것이지만 볼파라가 지난해 말까지 보유하고 있는 의료 데이터가 1억1700만 건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인수를 통해 단순히 미국 진출뿐 아니라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더구나 볼파라는 매년 2천만 장 수준의 의료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루닛이 5년 동안 모은 데이터의 약 7배 수준의 데이터를 매년 추가할 수 있다.
▲ 서범석 대표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볼파라와 시너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루닛> |
서 대표는 “기존 방식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면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에 생존과 인공지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3년 동안 검토를 거쳐 볼파라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율형 AI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형 AI 시스템은 의료진의 판단 없이 순수하게 인공지능이 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서 대표는 “핵심 모델을 개발한 뒤 고객사별 소규모 데이터를 학습시켜 맞춤형 인공지능 모델을 제공하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고객사에서나 정확도가 99% 이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와 함께 기존 미국에서 시너지도 클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볼파라는 미국에서 직통 판매망을 통해 2천 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 미국 유방암 검진시장에서 점유율도 약 42%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에서도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볼파라의 유통망을 활용해 함께 영업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루닛은 의료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의료진의 질병 판독을 보조하는 솔루션을 갖고 있고 볼파라는 유방밀도를 계산해 암 발생 위험 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서 대표도 “두 회사가 갖고 있는 제품들은 서로 겹치지 않는다”면서 “미국에서는 볼파라 인지도가 높은 만큼 볼파라의 브랜드로 루닛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의료기기 인허가에 따라 루닛 제품으로 기재되지만 판매는 볼파라가 맡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리 토마스 볼파라 최고경영자(CEO)도 앞으로 루닛의 협력에 대한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토마스 CEO는 “루닛의 솔루션과 결합하면 현재 미국에서의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볼파라에서 미국과 관련한 인력은 100명 정도인데 볼파라의 높은 평판과 루닛의 기술력을 결합하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