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가 3월21일 열린 제5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빙그레> |
[비즈니스포스트]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가 해외시장 공략 대상을 넓히며 빙과업계 1위 탈환에 나선다.
빙그레는 올해 1분기 수출 부문 성과에 힘입어 시장기대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전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포부를 밝힌 만큼 빙그레가 올해 해외성과를 바탕으로 업계 선두로 올라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서는 빙그레가 성수기를 앞두고 해외시장 집중공략을 통해 경쟁업체인 롯데웰푸드의 점유율을 넘어 초격차 지위에 올라서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은 롯데웰푸드 39.86%, 빙그레 39.85%(해태아이스 13.46% 포함)다. 점유율 차이는 0.01%포인트로 1,2위를 가리는 것이 무의미한 수준이다.
최근 빙과업계에서는 저출산·고령화 기조로 인해 빙과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 대표는 지속적으로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며 점유율 격차를 벌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전 대표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 수출국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해외매출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 주요 수출국은 미국과 중국, 베트남으로 각 국가에 판매 법인을 두고 인근 국가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전 대표는 취임이후 동남아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하고 2019년 9월 베트남 호찌민에 신규법인을 설립했다. 이듬해인 2020년 빙그레 베트남 법인에서 매출 40억 원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간 10% 성장률이 이어지고 있는 베트남의 빙과시장은 유제품 아이스크림 선호도가 높다. 우유함량이 높은 제품이 많은 빙그레에게 유리한 시장인 셈이다.
빙그레는 지속적으로 베트남 현지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소형 슈퍼마켓과 같은 현지 로컬 채널까지 ‘붕어싸만코’, ‘메로나’ 등 자사 제품 입점 영역을 넓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빙그레는 베트남에서 백화점으로 대표되는 대형 채널 위주 입점 전략을 펼쳐왔다.
미국에서는 현지 업체를 통해 빙과류를 직접 생산, 판매하고 있다.
빙그레는 2016년 미국 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부터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방식으로 메로나 현지 생산에 들어갔다. 빙과기업 가운데 현지에서 아이스크림 생산을 시작한 것은 빙그레가 처음이다.
빙그레의 미국사업 성장을 이끈 일등공신은 메로나다. 우유를 섞어 부드러운 식감이 돋보이는 아이스크림이 미국 현지의 과일 셔벗 아이스크림과 차별화에 성공한 것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한인마트를 중심으로 판매됐으나 현재는 코스트코와 같은 메인 채널에도 입점한 상태다.
▲ 빙그레가 메로나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개최된 식품 박람회의 메로나 부스. <빙그레> |
해외 부문 실적은 우상향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빙그레의 연결기준 수출액은 2021년 823억 원, 2022년 1042억 원, 2023년 1253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수출액 증가율은 52.3%다. 같은 기간 국내 매출 증가율의 3배에 달한다.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빙그레는 1분기에도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빙과업계에서 1분기는 통상 비수기로 분류된다. 다소 쌀쌀한 날씨로 빙과류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3009억 원, 영업이익 21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65.2% 증가했다.
수출성장이 매출과 영업이익을 견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한국 아이스크림 수출 상승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특히 메로나의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매출 견인에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도 빙그레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메로나, 투게더 등을 주력으로 트렌드에 맞춘 저칼로리 빙과제품도 함께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국내 빙과류 수출액은 9248만 달러(약 1260억 원)다. 그 가운데 빙그레 빙과류 수출액은 절반이 넘는 5171만 달러(약 705억 원)를 기록했다. 국내 빙과 수출 성장을 빙그레가 이끈 셈이다.
영업 비수기인 1분기에도 호실적을 거둔 만큼 수익성 개선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빙그레는 해외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만큼 앞으로 아시아·북미뿐 아니라 남미·오세아니아 등으로도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중국, 미국, 베트남에 위치한 법인을 거점으로 인근 국가들로 수출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아직 빙그레에서 수출하고 있지 않은 국가들도 향후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빙그레 입사 후 40년 가까이 ‘빙그레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전 대표는 빙그레에서 인재개발센터장, 관리 담당, 경영관리 담당 등을 역임했다. 2019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으며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주도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