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자체 기술로 인공지능 서버용 반도체를 개발해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 데이터센터 내부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자체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를 인공지능(AI) 서버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미 수 년에 걸쳐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의 서버용 반도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경쟁사가 앞서나가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중요한 기회로 꼽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몇 년 전부터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위한 ‘ACDC(Apple Chips in Data Center)’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 서비스 구현을 위해 사용되는 서버용 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해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진행되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TSMC와 긴밀하게 협력해 인공지능 반도체를 설계 및 생산할 계획을 두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출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개발하는 반도체는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주로 쓰이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제품과 달리 관련 서비스를 실제로 구동하는 데 활용된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주요 제품에 적용되는 애플의 자체 설계 프로세서는 이미 음성인식 및 카메라 기능 개선 등에 활용되는 인공지능 연산용 신경망 처리장치(NPU) 반도체를 탑재하고 있다.
데이터서버 차원에서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하게 되면 이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갖춰 애플 기기 사용자에 챗봇 등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자체 설계한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를 기술 구현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으며 테슬라와 오픈AI 등 기업도 뒤를 따르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이 이전에 자체 기술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해 상용화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면 애플은 이미 대부분의 제품에서 인텔 등 외부 공급사에 의존을 낮추고 자급체제를 구축하는 성과를 증명했다.
따라서 애플이 직접 개발한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가 주요 빅테크 경쟁사 제품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 애플이 자체 설계한 M3 시리즈 프로세서 참고용 이미지. |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반도체 설계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한 만큼 다른 빅테크 기업과 인공지능 경쟁에서 확실하게 차별화된 장점을 확보할 잠재력이 있다”고 바라봤다.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 서비스와 우수한 반도체 설계 능력을 결합해 인공지능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와 관련해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애플이 최근 5년 동안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에 1천억 달러(약 135조6200억 원) 넘는 비용을 들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만큼 공격적으로 투자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를 정식으로 공개하는 시점이 멀지 않았을 수 있다는 관측에도 자연히 힘이 실린다.
ACDC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공개된다면 이는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잠재력이 있다.
애플 주가는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등 인공지능 분야에 적극적인 진출 계획을 밝힌 기업들과 비교해 눈에 띄게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이 IT시장의 주류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내용대로 애플이 수 년 전부터 자체 서버용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꾸준히 역량을 강화하고 있었다는 점이 사실로 확인된된다면 본격적인 주가 상승 계기를 마련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의 서버용 반도체 개발은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사업 진출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적절한 대응이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애플 인공지능 반도체의 실제 성능과 사양이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미래 성장성을 증명하는 데 확실한 계기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자체 반도체로 서버 차원에서 더 많은 인공지능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며 미래 성장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