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왼쪽)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오른쪽) 사이의 갈등이 엔터업계 전반의 멀티레이블 체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회복하던 엔터업종 투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하이브와 어도어로 촉발한 문제가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1분기 음반판매 감소로 하이브를 포함한 업계 전반이 비우호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데 멀티레이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엎친데 덮친격’이 되지 않을까 안절부절하는 모습이다.
6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엔터업계 ‘맏형’으로 자리매김한 하이브가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논란이 이어지면서 국내 엔터업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건이 불거진 4월22일 이후 직전거래일인 4일 종가 기준으로 하이브와 국내 엔터3사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4곳의 시가총액은 약 13조8천억 원으로 3월 말과 비교해 1조 원가량이 증발했다.
국내 엔터 4사가 모두 주가가 빠졌는데 그 등락 폭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와 비교해 낙폭이 더 크다는 점에서 국내 엔터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모습이다.
안그래도 지난해 말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음반구매가 줄어들면서 엔터업종을 향한 우려가 커진 상태였는데 최근 국내 엔터사들이 펴고 있는 멀티레이블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하이브는 4월22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를 포함한 어도어 경영진이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한다며 감사를 실시했다.
하이브는 이례적으로 빠른 같은 달 25일 경영권 탈취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확보했다며 이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모기업이 자회사의 경영과 관련해 감사를 실시하더라도 언론에 노출하지 않거나 노출되더라도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민희진 대표도 같은 달 25일 경영권 탈취 의혹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며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민 대표와 하이브 사이에 주주간 계약 등과 관련한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폭로전에 가까운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엔터업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이브도 자회사 형태로 멀티레이블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대형 엔터회사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다.
▲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전경.
대표적으로 JYP엔터테인먼트는 제작본부를 통해 아티스트들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카카오에 인수된 이후 멀티 프로덕션 체제를 도입했다.
물론 YG엔터테인먼트는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 엔터업계가 1인 총괄 체제가 아닌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1분기부터 엔터사들의 실적도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멀티레이블 문제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실적을 발표한 하이브는 2024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609억 원, 영업이익 144억 원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서 매출은 12.1%, 영업이익은 72.6%나 급감했다.
YG엔터테인먼트 실적 추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YG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1분기 매출 966억 원, 영업이익 56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2023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8.69%, 영업이익은 82.81% 감소한 것이다.
반면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1분기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멀티레이블 체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생긴 만큼 이를 해소해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것은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2201억 원, 영업이익 251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1년 전보다 매출은 7.95%, 영업이익은 37.26% 늘어난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도 같은 기간 매출은 1394억 원, 영업이익 439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8.06%, 영업이익은 4.41% 증가한 것이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그동안 올해 1분기에서 2분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엔터업종에 대한 적극적 비중확대를 권고해왔다”며 “하지만 아쉽게도 투자심리가 회복되던 가운데 이번 사태로 ‘기획사-프로듀서’ 및 ‘프로듀서-프로듀서’간의 마찰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적 리스크가 더욱 확장됐다”고 바라봤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피어났다는 점”이라며 “이는 시장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업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