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4-04-17 16: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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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소야대 2막`이 펼쳐지게 됐다.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을 앞세워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소비와 기업투자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들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1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민생법안들도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가 22대 국회 출범에 즈음해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주요 쟁점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비즈니스포스트]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범야권의 우세로 마무리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대형 플랫폼 사업자 관련 정책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안'(이하 플랫폼법안)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각을 세우던 플랫폼 기업 등 IT업계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대형 플랫폼 규제 강화에 대한 여야 입장이 일치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력한 규제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17일 정치권 안팎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플랫폼 규제 법안 제정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거대 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 여야 모두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인데, 실제 총선 직전까지 여야는 플랫폼 규제 이슈를 공약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공정위를 중심으로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했다가, IT업계 저항에 부딪히자 한 발 물러나 법안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업계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플랫폼을 규율할 방안이 있는지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앞서 말했다.
공정위 주도 플랫폼 법안은 소수 핵심 플랫폼 사업자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들 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와 방식을 제한하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사전 규제 성격을 가진 데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해외기업을 규제할 방법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이 돼왔다.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에게 배달의민족 광고상품인 '울트라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몇 년 전부터 추진해온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이하 온플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2021년부터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온플법 제정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해 11월 관련 법을 발의했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서울 은평구에서 재선에 성공한 만큼 다시 법 제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준비해온 온플법안 역시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고, 사전 규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정치권이 플랫폼 규제에 뜻을 함께 하는 데는 그동안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이른바 국내 대표 IT기업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12월 플랫폼법안 취지를 설명하면서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는 수수료와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민생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됐다”며 “기존 공정거래법 만으로는 플랫폼 독과점화 속도에 비해 조치가 너무 늦게 이뤄져 공정한 시장 경쟁 회복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시민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택시 플랫폼 카카오T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력한 제재를 약속했다. <연합뉴스>
실제 최근 몇 년 동안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의 갑질과 소비자 권리침해 문제가 지속 제기됐다.
네이버의 부동산 플랫폼 논란이나 카카오그룹의 택시 플랫폼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2023년 국회에선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플랫폼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IT업계는 규제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현재 논의되는 법 제정 방향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손발을 묶는 '사전규제'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하고, 차기 국산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 자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국내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해외 플랫폼 기업에 반사이익만 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점을 들고 있다.
▲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이사.
지난해 12월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이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현재 추진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안이 도입되면 한국의 IT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경쟁력이 전체적으로 위축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기업에 반사이익을 얻게 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 기업 공세가 본격화하면서 이와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IT 업계는 플랫폼 규제의 보호대상이 되는 중소기업 가운데에서도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토종 플랫폼이 약화돼 해외 기업, 특히 중국 기업이 한국시장을 장악하면 단순히 플랫폼만 바뀌는 게 아니라 생태계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협력 기업들까지 본토 기업으로 물갈이될 수 있다"며 "특히 광고와 마케팅 분야 기업들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