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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숫자와 그래프 전쟁 벌어지는 ‘하나 인피니티서울’, 원화 세계화 이끈다

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 2024-04-15 16: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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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숫자와 그래프 전쟁 벌어지는 ‘하나 인피니티서울’, 원화 세계화 이끈다
▲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서울' 입구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 명의 딜러 앞에 놓인 모니터는 모두 8대. 시시각각 변하는 모니터 속 숫자와 그래프에 파묻혀 저마다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는 곳.

12일 찾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 새로 마련된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서울’은 예상 외로 고요했다. 한편에서는 카페에서나 들릴 법한 잔잔한 음악도 흘러나왔다.

이날은 특히 원/달러 환율이 장 마감까지 지속해서 치솟았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여기저기서 소리치며 거래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눈앞의 풍경은 달랐다.

안내를 해준 설종문 하나은행 FX플랫폼사업부 부장은 “미디어존에는 하나은행의 비대면 외환거래 시스템인 ‘하나 FX 트레이딩 시스템’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며 “고객이 직접 온라인에서 클릭하듯 거래하는 형태라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용한 겉모습과 달리 그곳이 치열한 전쟁터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 표시된 ‘1’이라는 숫자는 곧 100만 달러, 현재 환율로 약 14억 원을 뜻한다. 딜러들은 조용한 그 곳에서 매초 변하는 시장 가격에 대응해 한 번의 클릭으로 수십억 원이 움직이는 거래를 했다.

상상했던 것처럼 육성으로 거래 업무를 하는 딜러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미디어존 옆 통로로 이어진 딜링룸의 북측 사무실에 있었다. 하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곳에는 전통적 FX거래 관련 부서들이 있다. 소리치면서 거래해야 하는 업무라 목소리가 울리지 않도록 천장에 빼곡히 흡음제를 설치했다고 한다. 
 
[현장] 숫자와 그래프 전쟁 벌어지는 ‘하나 인피니티서울’, 원화 세계화 이끈다
▲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서울'의 '인피니티 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하나 인피티니서울은 하나은행 본점 4~5층에 걸쳐 2096㎡(약 634평), 126석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 딜링룸이다. 

하나금융지주 건물에 있던 기존 딜링룸을 이전했다. 이달 초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권오갑 HD현대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개관식을 열고 새 출발을 알렸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대한 미디어월로 이뤄진 ‘인피니티 홀’이 펼쳐진다.

이곳은 외부기관에서 방문하거나 견학을 오면 환영메시지를 띄워 맞이하는 딜링룸의 얼굴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세계지도를 통해 하나은행이 구축하려는 딜링룸 체계의 핵심을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세계지도에는 서울·런던·뉴욕·싱가포르에 점이 찍혀 있다. 하나은행은 각 도시의 영업시간을 이어 24시간 업무를 수행하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영업시간에는 서울에서 업무를 하고 이후 영국 런던 영업시간에는 런던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현장] 숫자와 그래프 전쟁 벌어지는 ‘하나 인피니티서울’, 원화 세계화 이끈다
▲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서울'의 '미디어존'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인피니티 홀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티커보드가 있는 ‘미디어존’이 나온다. 이곳은 천장을 뚫어 5층과 이어지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를 모티브로 설계했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봤을 하나은행의 LED화면도 이곳에 있다. 현재 20초 단위로 화면이 바뀌는데 모든 정보를 한 화면에 담기 위해 LED화면을 키우는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설 부장은 “하나은행에서 미디어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공간인 만큼 여러 지표가 고정값으로 표시될 수 있도록 수정 작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미디어존 위로는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플로팅 회의실’이 있다. 딜러들이 내려다보이는 위치라 보통 임원실이 자리하는 곳인데 하나은행은 회의실을 둬 소통의 공간으로 구성했다.

하나은행은 새 딜링룸 이름을 짓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물은 무한함이라는 뜻을 지닌 '인피니티'다. 인피티니 안에는 계속해서 뻗어나가고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공들여 지은 이름인 만큼 회의실 이름에도 인피니티를 담아냈다. 회의실 이름은 ‘H·I’다. 하나 인피니티의 약자이면서 ‘하이(안녕)’를 의미한다.
 
[현장] 숫자와 그래프 전쟁 벌어지는 ‘하나 인피니티서울’, 원화 세계화 이끈다
▲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서울'의 H·I 5 회의실인 '플로팅 회의실'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하나은행의 새 딜링룸이 지향하는 무한한 연결성과 글로벌화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외환시장 구조 개선방안과 맞물려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7월부터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도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거래시간은 우선 새벽 2시까지로 늘어나고 추후 24시간으로 확대된다.

하나은행은 이에 발맞춰 해외 거래공간인 인피니티런던, 인피니티뉴욕도 계획하고 있다.

외환시장 개방에 대해 묻자 설 부장은 “원화의 국제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다”며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바라보면 시장 개방은 부정적이지만 그런 생각에 머무르면 2류, 3류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원화시장은 우리 안방인데 우리가 해외 나가서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나 인피니티런던을 준비하고 더 나아가 뉴욕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다”며 “물론 저희 입장에서도 도전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런던, 뉴욕으로 이어지는 '하나 인피니티' 체계에 대해서는 “JP모건이나 도이치뱅크 등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하나은행이 앞서 준비하고 있는데 최초라는 타이틀보다는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9월 영국 런던 자금센터를, 내후년에는 미국 뉴욕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런던에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5명의 직원에 더해 올해 3명의 직원이 추가로 나간다. 최종적으로 10명 규모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혜경 기자
 
[현장] 숫자와 그래프 전쟁 벌어지는 ‘하나 인피니티서울’, 원화 세계화 이끈다
▲ 하나은행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 서울' 벽면에 붙여진 포스터. <비즈니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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