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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온실가스 배출에 면죄부 되나, '탄소 상쇄' 인정 놓고 논란 가열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4-12 15: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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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 온실가스 배출에 면죄부 되나, '탄소 상쇄' 인정 놓고 논란 가열
▲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스코프3에 한해 탄소 상쇄를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겠다고 해 비판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SBTi 결정 발표 페이지 이미지. < SBTi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는 온실가스 감축 협의체에서 기업들의 ‘탄소 상쇄(carbon offset)’를 활용한 감축 실적을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뒤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기후 전문가들은 탄소 상쇄를 통한 감축이 기후위기 대응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면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반론도 나온다.

11일(현지시각)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기후 전문가 21명은 글로벌 기후협의체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의 최근 발표에 반대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SBTi는 기업들의 스코프 3(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 측정에 환경속성인증서(EAC) 등 탄소 배출권을 이용한 탄소 상쇄를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소 상쇄는 기업 또는 기관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자체를 줄이는 대신 삼림 조성, 탄소 배출권 구매 등 간접적 방식으로 감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각국 정부에서 발급하는 탄소 배출권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를 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에서 구매한다. 그러나 해당 시장은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되는 배출권은 기준이 일관되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가 종종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서한을 보낸 전문가들은 따라서 탄소 상쇄를 통한 배출 감축은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효과가 낮다고 바라보고 있다.

외부 전문가뿐 아니라 SBTi 내부 구성원들도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SBTi 목표인증 팀, 목표관리 팀, 기술부, 대외협력부, IT부 등은 공동 성명을 내고 SBTi 이사회에 “협의체의 평판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결정을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SBTi 내부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값싼 탄소 상쇄를 이용하도록 권장해 탄소 감축에 나설 이유를 없애는 행동”이라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 온실가스 배출에 면죄부 되나, '탄소 상쇄' 인정 놓고 논란 가열
▲ SBTi 인증 기준을 통과한 기업은 애플 등 약 5천 곳 뿐이다. 사진은 애플이 중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이미지. <애플>
탄소공개프로젝트(CDP)와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결성한 협의체인 SBTi는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감축 목표 기준을 제시하고 기업들의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기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탄소 관리 협의체로 꼽히는 SBTi의 평가는 기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탄소 상쇄를 인정하게 된다면 그만큼 전 세계 기업들의 기후대응 전략에도 큰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SBTi의 이번 결정에 주요 후원자인 베이조스어스펀드의 압력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3월 중 런던에서 베이조스어스펀드와 SBTi 이사회가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베이조스어스펀드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세운 환경재단이다.

SBTi에서 지난해 말 열린 마지막 기술 자문 회의에서도 기업들에게 탄소 상쇄를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자는 안건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조스어스펀드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발적 탄소거래 플랫폼 ETA(Energy Transition Accelerator)를 직접 후원하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키운다.

베이조스어스펀드 측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우리가 SBTi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면서도 “탄소 상쇄가 확산되는 것은 오히려 탄소 배출권의 신뢰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코프 3에 한정해 기업들에게 탄소 상쇄를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일이 어쩔 수 없는 선택지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급망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스코프 3 특성상 정밀한 집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한 룩스트룸 포츠담연구소 디렉터는 가디언을 통해 “SBTi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쏟는 노력은 인정한다”며 “지금 상황에는 스코프 1(직접 배출)과 스코프 2(간접 배출)과 달리 스포크 3에 한해 상쇄를 인정해주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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