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9일 중국 산둥성 동부 옌타이 항구에서 예인선 3척이 BYD의 전기차 운반용 로로선인 익스플로러 1호를 보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자국 조선사에 수출용 선박을 직접 발주하는 사례를 늘리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이 한국 주요 수출산업인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에 부담을 키우는 데 이어 조선업도 점차 영향권에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해운 컨설팅업체 베슨노티컬 자료를 인용해 “중국은 2028년에 자동차 운반선 대수 기준 세계 4위 보유국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선박 수가 증가하는 이유는 전기차 수출용 운반선 발주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슨노티컬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모두 33척의 자동차 운반선을 보유하게 되는데 BYD 등 기업이 최근 47척의 선박을 새로 발주했다.
베슨노티컬은 “선박이 모두 인도되면 중국의 자동차 운반선 시장 점유율은 현재 2.4%에서 8.7%로 급등할 것”이라며 “사실상 중국 차량 수출을 위한 독점적 무역 경로가 조성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BYD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정부 기조에 맞춰 전기차 해외 수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선박 발주도 늘리고 있다.
자체적으로 선박을 보유하면 다른 해운사 운반선을 이용할 때 드는 용선료와 보험료 등을 낮출 수 있어 해외시장에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보험 전문매체 인슈어런스저널에 따르면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위험성 때문에 해상 운송을 위한 보험 가입이 어렵다. 이는 특히 중국 기업들의 수출 확대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자체 선박을 발주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2023년 9월11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 항구에 BYD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차량을 플랫 랫(flat rack) 컨테이너에 수직으로 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 선사그룹 COSCO 산하 업체가 개발한 친환경차용 특수 운송 방식으로 흔들림을 방지하는 등 효과가 있다. <연합뉴스> |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전기차 수출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한국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들에 경쟁 부담을 키우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미 자국에서 소화할 수 있는 수요를 크게 웃도는 전기차 물량을 생산하고 있어 이를 낮은 가격에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물량공세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자체 선박을 확보해 더 원활한 물류 체계를 갖추고 비용도 절감하게 된다면 현대차와 기아 등 글로벌 판매 비중이 높은 기업에 위협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산 전기차에는 사실상 모두 자국 기업의 배터리가 탑재되는 만큼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에도 중장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차량 운반용 선박 발주가 중국 조선사들에 집중되며 외형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한국 조선사들도 중국과 경쟁에 중장기적으로 더욱 불리해지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떠오른다.
중국 조선사의 선박 수주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 업체들을 웃돌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슨노티컬에 따르면 1분기 한국 선박 수주량(449만CGT, CGT는 표준환산톤수)은 중국(490만CGT)에 밀린 것으로 집계됐다.
자국 기업의 전기차 운반선 발주 증가에 따른 '특수'가 이어지면 중국 조선사들의 성장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조선업도 국가 차원의 주요 성장산업으로 점찍고 적극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조선사들이 충분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확보한다면 글로벌 선박 시장에도 전기차와 같은 '물량공세' 전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국 전기차 산업 성장의 낙수효과가 조선업으로 확대되며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전기차와 배터리, 조선업 등에 모두 중장기 경쟁 부담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분석업체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의 쉬 티안첸 수석 경제학자는 로이터를 통해 “조선업에서도 (중국발) 과잉생산이 나타날 위험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