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물류대란에 대해 죄송하다고 밝히면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외국과 비교했을 때 부족했다며 정부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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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조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운물류 사태와 그룹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조 회장이 공개석상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국정감사에 출석한 것도 최초다.
애초 조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을 당시만 해도 조 회장의 출석이 불투명했다.
그러나 9월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 회장과 한진해운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출석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이날 외국선사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데 비해 한진해운은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해 2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외국선사들이 수십조 원의 지원을 받고 물량공세와 저가공세를 펼치는 상황에서 사기업으로서 경영에 한계를 느꼈다”면서 “물류대란은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물류대란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던 것”이라며 “출혈경쟁에 한계를 느끼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제가 부족해 설득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 억울하냐는 질문에는 “억울하기보다는 정책결정권자 나름의 기준과 정책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대답했다.
조 회장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한국 수출물량의 90% 이상이 해운에 있는 만큼 꼭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2014년 한진그룹의 한진해운의 인수에 정부의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인수 과정에서 정부 측에서 인수를 고려하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채권단 측에서 저희 재무담당한테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 당시 한진해운이 처한 난항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감이 있었다”며 “지금은 인수 뒤 2조 원을 지원한 것을 후회한다”고 경영실패를 인정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글로벌 대형선사들의 치킨게임에서 졌다고 언급하면서 “한진해운의 공백을 틈타 대형선사들이 고가로 들어오면 한국 해운업에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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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오른쪽)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한진해운의 인적 네트워크, 영업망 등이 현대상선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전문성은 없지만 무형자산을 다른 업체가 공유한다고 해서 다 보존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조 회장은 “이른 시일 안에 한진해운을 회생시키면 무너진 영업망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을 누가 하든 관계없이 해운업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 물류산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사견"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한진그룹에서 빼돌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한진해운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많은 자산을 팔았고 이 과정에서 터미널 등을 사려고 하는 기업이 없었다”며 “한진이 연관 사업을 하고 있어서 인수를 했을 뿐이지 알짜자산을 취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대답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에 내놓은 사재 400억 원과 관련해 “정확하진 않지만 제 재산의 20%가량일 것”이라며 “경영 관련 책임을 느꼈고 하선 못 하는 선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서 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이 미르 등에 10억 원을 출연한 데 대해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서 업무에 집중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면서 “전결권을 가진 대한항공 사장으로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제안을 받았고 재단의 목적이 좋아 10억 원을 투자했다는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