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기 오산 선거구에서는 이색 경력을 지낸 80년대생 후보가 맞대결을 펼친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의사 면허를 지닌 보건분야 전문가이며 김효은 국민의힘 후보는 ‘레이나’라는 활동명으로 이름을 날린 EBS 영어강사 ‘출신이다.
▲ 4·10 총선 선거구인 경기도 오산에 출마하는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 김효은 국민의힘 후보.
오산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곳인 만큼 차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긴 하지만 김 후보도 젊은 층 사이에서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산 선거구의 여·야 대결에서 젊은 층의 표심 동향이 승부의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산은 선거구가 만들어진 이래 치러진 총선 다섯 차례 가운데 민주당이 단 한 번도 승리를 놓치지 않은 곳이다. 민주당 중진 정치인인 5선의 안민석 의원이 이곳에서 내리 다섯 번 당선됐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승리하기 쉽지 않은 험지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이 김효은 후보를 오산에 전략공천한 배경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김 후보를 투입해 젊은 층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후보는 1983년 출생으로 EBS에서 영어 과목을 담당하기도 한 ‘스타강사’로 이름과 얼굴이 많이 알려진 정치 신인이다. 입시생들에게는 본명보다 ‘레이나’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0~30대 가운데는 김 후보의 수업을 직접 수강하거나 적어도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그의 인지도는 젊은 층 표심을 공략하는 데 요긴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40~50대의 학부모 연령층은 자녀 교육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계층으로 꼽힌다.
대개 어느 선거구나 50대 이하 연령층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편이라 이들의 표심을 끌어오면 김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
▲ 김효은 국민의힘 후보가 26일 오산 세교 복지타운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 후보 페이스북>
애초 김 후보의 전략공천은 오산 지역구 현역인 안민석 의원을 향한 ‘자객공천’ 성격이 강했다. 다만 안 의원이 당으로부터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된 뒤 불출마하게 돼 안 의원과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안 의원 대신 민주당이 이 선거구에 공천한 차지호 후보 역시 젊은 정치신인인 만큼 젊은 층에 대한 소구력이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차 후보는 1980년 출생으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이기도 하다. 다만 의사로서 활동보다는 공중보건과 보건 분야 위기관리, 국제 난민과 탈북자 구제·지원 등에 관심을 쏟으며 이런 분야들을 연구하고 보건·미래학자로서 활동했다.
그는 맨체스터대학교 인도주의학·평화학 부교수를 거쳐 지금은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부교수로 있다. 이에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책임자, 통일부 하나원 공중보건의사, 국경없는의사회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차 후보는 김 후보만큼 인지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젊은 나이와 함께 그가 걸어온 발자취는 젊은 유권자들이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로 여겨진다.
국민들 사이에서 코로나19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 만큼 정치권 내 공중보건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효은 후보는 25일 오산시청 물향기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5선 국회의원이 재임하는 동안 좋아진 것이 있느냐 물어보면 선뜻 대답을 못한다”며 “국민의힘에 험지로 통하는 오산에서 인정받고 오산시 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하는 마음으로 기득권을 내려놓고 일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서 서울과 30분 거리로 오갈 수 있도록 교통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교육 전문가로서 장점을 살린 미래인재 육성과 같은 공약 등을 내놨다.
▲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7일 오산 다온초등학교 앞에서 시민들과 인사하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차 후보 블로그>
차지호 후보는 23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통해 오산과 경기 남부는 초연결을 지향해야 한다“며 ”초연결 경기도, 하이퍼·커넥티드를 바로 오산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산형 글로벌 인공지능(AI)으로 초연결 경기도를 설계하고 오산이 이끄는 미래 경기 시대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여론조사를 보면 두 후보는 이 지역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기호일보 의뢰를 받아 지난 22~23일 오산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ARS 방식으로 국회의원 후보 지지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차 후보는 42.4%, 김 후보는 38.5% 응답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두 사람의 지지도 격차는 3.9%포인트로 오차범위 안 접전인 셈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