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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 탄소부담금 도입에 뿔난 해운업계, "화석연료 대체제 아직 없다"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3-27 13: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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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 탄소부담금 도입에 뿔난 해운업계, "화석연료 대체제 아직 없다"
▲ 지난해 10월 HD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수주한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엔진 적용 LPG 운반선 조감도. < HD한국조선해양 >
[비즈니스포스트]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국제기관의 결정에 글로벌 해운업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화석연료를 단기간에 친환경 연료로 대체할 만한 대안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이와 관련한 논의도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콘퍼런스(CERAWeek Energy Conference)'에 참석해 제81차 국제해사기구(IMO) 정례회의 결과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는 최근 회의에서 2027년부터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에 비례해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온실가스에 부담금을 일괄 적용하는 첫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과 함께 운영돼야 하는 대체연료 협의체는 구성되지 않았다는 점에 해운업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화석연료 대신 어떤 에너지원을 활용해야 하는지 대안이 명확하지 않아 사실상 모든 업체가 부담금을 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앤드류 제임슨 클리어레이크 해운사 공동대표는 국제에너지콘퍼런스 현장에서 “누구도 화석연료 사용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문제는 우리가 대안으로 뭘 사용해야 할지 뚜렷하게 제시하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해운사들은 선박에 저유황 연료유(LSFO)를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집약도가 높아 적은 양으로도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지만 탄소 배출량도 많다.

수소, 암모니아, 액화천연가스(LNG) 등 다양한 대안들이 검토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체제로 부각되고 있는 친환경 연료는 없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한 단계고 LNG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단기적으로 온난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메탄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에탄올 등 바이오 연료를 비롯한 친환경 연료인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9월 노르웨이선급협회(DNV)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해운업계가 현재 추세에 맞춰 친환경 연료 사용을 늘리면 2030년에는 연간 1700만 톤이 넘는 양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 기준 전 세계에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체 친환경 연료의 30~40% 비중에 그친다.

크누트 니르손 DNV 위기관리부서 대표는 로이터를 통해 “다른 업계와 (친환경) 연료 공급을 놓고 경쟁할 것을 감안하면 선박 연료를 계획대로 수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일부 해운사는 LNG 등 다른 에너지원과 친환경 연료를 섞어 가동하는 이중 추진 엔진 등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이는 친환경 전환 효과를 온전히 보기 어렵다.

DNV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해당 장비를 갖춘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도 글로벌 전체 선박 가운데 6.52%에 불과했다.
 
국제해사기구 탄소부담금 도입에 뿔난 해운업계, "화석연료 대체제 아직 없다"
▲ 크리스토퍼 위르니키 미국선급협회 최고경영자(CEO). <미국선급협회>

크리스토퍼 위르니키 미국선급협회 최고경영자(CEO)는 국제에너지콘퍼런스 현장에서 ”해운업계를 계속 괴롭히고 있는 문제는 미래에 우리가 사용할 충분한 연료가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성훈 아모지 CEO도 이 자리에서 “연료를 둘러싼 해운업계의 혼란 때문에 이들이 대체연료 분야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며 “문제를 해결해야 명백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아모지는 한국인 기술자들이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암모니아 연료전지를 이용한 대체에너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결국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을 주도하려는 국제해사기구의 노력이 실질적 효과로 이어지려면 이를 위한 조건들이 빠르게 갖춰져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선박용 에너지원 기술 발전과 충분한 공급체계 구축, 각국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등이 갈수록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 가속화는 한국 조선사 등 관련 기업에 큰 수혜로 이어질 잠재력이 있다.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 등 한국 조선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소 및 암모니아 선박 개발에 나서면서 기술 측면에서 앞서나가고 있어 수주 기회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 엔진 설계가 적용된 운반선을 수주한 사례가 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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