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그동안 낮은 점유율을 보이던 중국 TV 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프리미엄 TV에 AI(인공지능) 기능을 추가하고, 맞춤형 시스템을 개발해 현지에서 무너진 시장 지위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삼성전자가 중국 TV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AI(인공지능)과 맞춤형 사용자 환경(UI) 조성 등에 힘쓰고 있다. 사진은 3월14일부터 17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AWE 2024' 삼성전자 전시관 모습. <삼성전자>
26일 TV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 TV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가 중국에선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연간 3700만 대의 TV가 판매되는 거대 시장이다. 중국 현지 시장조사업체 룬토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대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무려 30.1%에 달하는 것과 대조된다.
룬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TV 시장에서 중국 하이센스가 점유율 23%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샤오미(21.2%), TCL(18.7%), 스카이워스(17.25%) 등의 순이었다. 해외 4대 브랜드인 소니, 삼성, 샤프, 필립스 시장점유율은 모두 합해 4.0%에 불과했다.
1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연간 100만 대 이상의 TV를 판매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기업이 부상하면서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기존 중국의 주요 시장 경쟁자는 소니였지만, 지금은 샤오미를 비롯해 하이센스, TCL 등 신흥 중국 기업이 최대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중국 전자 업계 전문가 유지안은 채용 정보 사이트 차오치닷컴에 기고한 게시글을 통해 “삼성전자 TV는 중국 업체 제품과 비교해 비용 대비 성능이 낮다는 평가가 만연하다”며 “최근 제품 품질에 대한 불만이 대거 접수되고 있어, 브랜드 이미지도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TV에 적용된 OS(운영체제) 등 관련 시스템이 현지 소비자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의 자체 타이젠 OS는 텐센트와 아이치이를 비롯한 중국 현지 동영상 플랫폼이 제공하는 비디오 소프트웨어와 호환되지 않는 등 사용에 불편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프리미엄 TV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 입지를 다시 쌓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오웨이클라우드네트워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삼성전자의 중국 일반 TV 시장점유율은 8.48%로, 전년 동월 대비 0.95% 증가했다. 평균 판매가격은 1만3627 위안(약 252만 원)으로 19.38%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AI를 활용해 사용성을 개선한 TV 제품군을 중국 상하이 가전박람회 ‘AWE 2024’에 대거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중국에 출시되는 TV들은 현지 소비자를 위해 개발된 전용 사용자환경(UI)을 적용하는 등 그동안 중국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삼성전자가 3월 출시한 2024년형 네오 QLED 8K TV. <삼성전자>
이런 노력으로 브랜드 평판도 최근 들어 다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넷이즈는 삼성전자의 ‘네오 QLED TV’를 '2023년 올해의 하이엔드 인기 TV'로 선정했다. 또 기술 매체 'IT168'가 선정하는 '2023년 올해의 제품상'에 삼성 TV가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저조한 실적이 이어지자 2021년 말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꾸리고 현지 특화 전략 추진에 주력해왔다.
지난해에는 중국사업혁신팀의 수장을 이영호 부사장으로 교체하며 중국 현지 특화 전략을 더욱 강화했다.
시장조사업체 GfK의 펑셴둥 가전사업부 총괄은 차이나비즈니스뉴스와 인터뷰에서 “2023년부터 중국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브랜드 노출이 증가하고, 유통업자들과 협력도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