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19일 호주 시드니 달링허스트 지역에 위치한 BYD의 체험 센터에서 BYD 관계자가 스포츠 세단 모델인 '씰' 옆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BYD(비야디)가 유럽 그리스에 신차를 출시하며 글로벌 판매망을 전방위로 넓혀가고 있다.
BYD가 고관세 무역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 진출 대신 전기차 산업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신흥시장에 수출을 집중해 테슬라와 경쟁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각) 전기차 전문매체 CNEV포스트에 따르면 BYD는 그리스에 전기차 ‘아토3’와 ‘씰’ 판매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2곳의 매장을 신설하는 계획도 거론됐다. 그리스 자동차 관련 그룹인 스파키아나키스를 통해 수리 서비스와 소매 판매점을 연결하는 협업 방식도 소개됐다.
마이클 슈 BYD 유럽 담당 책임자는 CNEV포스트를 통해 “그리스는 BYD가 올해 유럽에서 처음 진출하는 국가인 만큼 스파키아나키스와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BYD는 2023년 4분기 기준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 기업인 테슬라를 판매량에서 추월했다. 기업 영향력도 커지며 주요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엔비디아와도 연결점을 늘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찾아 왕촨푸 BYD 회장을 만나고 세계 1위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또한 BYD와 협업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BYD는 중국 내수시장 판매량이 비율이 90%에 달한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전기차 수출 목표를 전년 2배인 50만 대로 높였다.
그리스에 직접 매장을 열고 차량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 또한 수출 증대를 위한 저변 확대 전략으로 읽힌다.
▲ 왕촨푸 BYD 회장이 20일 중국을 직접 찾은 팀 쿡 애플 CEO와 애플 상하이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팀 쿡 CEO의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에 올라온 영상을 갈무리. <애플> |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8일자 기사를 통해 BYD가 그리스와 같은 신흥시장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산업이 아직 개화하지 않은 국가들에 수출을 늘려 시장을 미리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BYD는 그리스 외에도 태국,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등 신흥국에 판매를 늘리고 있다.
해당 국가들에는 전기차 생산공장을 신설해 거점 지역으로 삼고,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호주 대륙까지 전기차 판매망에 포함시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이미 2023년 동남아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3분의 1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CNBC는 BYD가 신흥시장으로 주로 진출하는 이유로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도 짚었다.
미국이 중국의 전기차 산업 발전을 우려해 중국산 차량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차량에 다른 국가에서 수입한 차량보다 25%포인트가 높은 27.5% 관세를 매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조쉬 호울리 공화당 상원의원은 현행 27.5%의 관세율을 125%로 인상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중국계 자동차 제조사가 멕시코에서 조립하는 차량에도 100% 관세 인상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CNBC에 따르면 스텔라 리 BYD 수석 부사장은 BYD가 멕시코에 전기차 생산 공장 부지를 검토하면서도 “미국에는 차량 판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BYD는 신흥시장을 선점하는 목적에 더해 미국의 대중 전기차 견제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하게 미국에 진출할 필요가 없다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리즈 리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부소장은 CNBC를 통해 “BYD가 중장기적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개발로 전기차 보급이 가속화될 지역들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그래야 미국이나 유럽 전기차 업체들과 직접 경쟁해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