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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반도체 굴기' 재현 노려,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지배력 확대 야심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4-03-20 16: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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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반도체 굴기' 재현 노려,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지배력 확대 야심
▲ 2월21일 중국 장쑤성 화이안에 위치한 BYD 차량 제조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가 전기차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주도하며 완전한 자급체제를 구축한 뒤 본격적으로 수출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은 이미 반도체 분야에서 다수의 자국 기업을 육성해 경쟁력을 키우는 ‘반도체 굴기’에 성과를 냈는데 이러한 사례를 전기차 분야에도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두고 있다.

19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위원장을 포함한 고위 관료들과 주요 자동차기업 임원들은 최근 전기차 백인회 포럼에 참석해 성장 전략을 논의했다.

정산지예 국가발전개혁위원장은 “중국 당국은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며 향후 전기차 기업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이 집중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중국 전기차 1위 기업 BYD의 왕촨푸 회장은 “중국 내 신차 가운데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비율이 48.2% 수준까지 올랐으며 3개월 내로 과반을 달성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중국은 전기차를 국가 차원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3대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낙점하고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2012년 과학기술부에서 ‘에너지 절감 및 신에너지차 산업발전 계획’을 세운 뒤부터 전기차 관련 산업에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지급됐다. 

미국 컨설팅기업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전기차 공급망에 투자한 금액은 2023년 한 해에만 282억 달러(약 37조71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 성장 초기부터 정책적 효과를 통해 단기간에 내수시장을 키우는 성과를 냈다. 베이징 등 주요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번호판 발급을 제한해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BYD를 비롯한 중국 주요 전기차 기업은 정부 지원을 통해 내수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한 뒤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BYD는 올해 친환경차 수출 목표를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는 40만대로 설정했다.

전기차 전문 자문업체 던인사이트는 중국이 2023년 전기차를 포함해 모두 500만 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는데 앞으로 몇 년 안에 수출 물량이 2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중국 전기차 '반도체 굴기' 재현 노려,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 지배력 확대 야심
▲ 6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의 한 항구에서 수출용 차량들이 선적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이처럼 전기차 산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하는 모습은 반도체 굴기를 통해 성과를 내 온 과정과 유사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겠다는 의미의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뒤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자국 반도체 육성에 10년 넘게 꾸준한 투자를 주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과 2019년 각각 1387억 위안(약 25조7890억 원)과 2천억 위안(약 37조1869억 원) 규모의 정부 주도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기업의 시설 투자와 기술 및 인력 확보, 공장 운영을 지원했다.

2023년에는 3천억 위안(약 55조7850억 원) 규모의 새 펀드를 조성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를 통해 화웨이와 SMIC, YMTC 등 이른바 ‘챔피언 기업’을 키워냈고 이들 반도체기업은 글로벌 경쟁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 중국의 경제 성장 및 핵심 산업 자급체제 구축에 기여했다.

전기차에도 이러한 정부 지원이 본격적으로 집중되기 시작한 만큼 BYD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기업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전기차 산업 육성 전략에 중요한 선례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내 주요 전기차 기업들 대상으로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사용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인포테인먼트와 제동장치 등을 구동하기 위한 반도체가 훨씬 많이 필요하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이러한 반도체를 수입하는 대신 자국에서 사들인다면 원가 절감에 성과를 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더 유리해진다.

이를 개발하고 생산해 공급하는 반도체 기업들도 중국의 전기차 육성 정책에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로디엄그룹은 중국이 자동차용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20~45나노(㎚, 1나노는 10억분의 1) 공정에서 2023년 3월 기준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27%를 차지하고 있다며 향후 이 수치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중국 전기차를 향한 무역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중국의 지원 정책을 자극할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이 반도체 기술력을 단기간에 키울 수 있던 배경은 미국 정부의 강경한 기술규제 때문으로 분석되는 만큼 전기차 산업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재무부 관료로 일 했던 경제학자 브래드 세서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과 유럽의 우선 순위로 꼽히는 전기차 등 산업에서 중국의 생산 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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