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원자재 가격 및 외주비 상승, 착공 및 도급증액 지연 탓에 DL이앤씨와 자회사 DL건설의 주택부문 실적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올해도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DL이앤씨뿐 아니라 대부분의 건설사는 주택부문에서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DL이앤씨는 플랜트사업에서 실적 개선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플랜트부문에서 2022년(1조7460억 원)보다 2배가량 뛴 신규수주 3조460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택부문보다 원가율이 10%포인트 이상 낮은 플랜트부문 수주잔고가 2022년 말 3조4261억 원에서 지난해 말 5조4216억 원까지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위한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DL이앤씨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민첩하게 조정한 결과”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DL이앤씨의 플랜트사업의 존재감은 지난해 임원 보수에서도 확인된다.
DL이앤씨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마 대표는 7억73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2300만 원의 기타 근로소득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급여(7억5천만 원)이다.
지난해 마 대표의 보수는 2022년보다 2억9천만 원 축소된 것이다. 2022년 받았던 2억9200만 원의 상여를 지난해에는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 대표가 지난해 상여를 아예 받지 못한 것은 DL이앤씨의 수익성 감소 탓으로 추정된다. 2022년 DL이앤씨는 마 대표의 상여 산정기준 및 방법을 “이사회에서 결정된 임원보수 규정에 의거해 영업이익 목표달성도, 영업이익 신장률, 경제적부가가치(EVA), 전략과제달성도 등의 경영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DL이앤씨 플랜트사업을 총괄하는 유재호 본부장은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10억 원을 넘기며 마 대표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았다.
유 본부장은 지난해 급여 7억2천만 원, 기타 근로소득 100만 원과 함께 상여 3억6천만 원 등 모두 10억8100만 원을 보수로 받았다.
유 본부장의 상여와 관련해 DL이앤씨는 과거 마 대표와 동일하게 이사회 규정에 따라 영업이익 목표달성도 등 경영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유 본부장은 1958년 태어나 진주기계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8월부터 DL이앤씨 플랜트사업에 30년 이상 몸담고 있다.
2003년부터 10년 이상 해외에서 근무하는 등 현장경험도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임원에 오른 뒤 플랜트사업본부 실장을 거쳐 2019년 1월부터 플랜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DL이앤씨 플랜트부문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DL이앤씨 플랜트부문은 영업이익 2199억 원을 거두며 모든 사업부문(주택·플랜트·토목) 가운데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DL이앤씨 전체 이익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것이다.
1년 사이 증감률을 보면 주택부문이 4373억 원에서 2007억 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토목부문 영업이익은 687억 원에서 878억 원으로 27.8% 증가했는데 플랜트부문은 63.4%로 더욱 가파른 증가율을 보였다. 영업이익률도 플랜트부문은 13.6%로 주택(3.8%)과 토목(6.4%)부문을 크게 웃돈다.
2018년 초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대림산업(현 DL)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DL이앤씨에서 이 회장과 고문으로 재직한 남용 전 이사회 의장을 제외하고 다른 임원이 대표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것은 유 본부장이 사실상 처음이다.
2021년 황호건 외주구매실장이 마 대표보다 5300만 원 더 많은 보수를 받았지만 당시 황 실장 보수에는 퇴직소득 1억1천만 원이 포함됐다.
DL이앤씨 지난해 임원 보수에는 소형모듈원전(SMR)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분야를 중심으로 플랜트사업의 성장성에 걸고 있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유 본부장의 지난해 상여 지급 이유로 신사업 추진 공로를 인정한 부분이 명시됐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SMR 사업 진출, CCUS 사업 확대 등 친환경 신사업을 강화해 플랜트사업본부의 미래 경쟁력 확보 강화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유 본부장의 상여와 관련해 추가로 설명했다.
DL이앤씨 출범 뒤 임원 상여와 관련해 이사회 규정에 따른 영업이익 목표달성도 등 경영성과 이외에 추가 고려사항을 언급한 것도 이 회장을 제외하면 유 본부장의 사례가 처음이다.
이처럼 DL이앤씨는 SMR과 CCUS사업을 ‘친환경 신사업’으로 꼽고 플랜트부문 미래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X-energy)에 2천만 달러(약 250억 원)의 전략적 투자에 나서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어 올해 2월에는 한전KPS까지 포함해 3자 협약을 맺고 엑스에너지의 대표모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SMR 플랜트 개발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엑스에너지는 SMR 분야의 선도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물이 아닌 새로운 냉각재를 적용하는 고온가스로(HTGR)를 개발해 상업화를 준비한다. 올해 건설허가 신청, 2029년 상업운전 시작을 목표로 미국 원자력위원회(USNRC)의 사전인허가를 심사받고 있으며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는 1월 사전인허가 3단계 가운데 2단계를 마쳤다.
DL이앤씨는 SMR 설계·조달·시공(EPC)뿐 아니라 운영·보수, 나아가 SMR의 열을 활용한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DL이앤씨는 2022년 8월 탈탄소 솔루션 자회사 카본코를 설립하며 CCUS 사업에 더욱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DL이앤씨는 10여년 전부터 한국전력연구원이 주도한 탄포 포집·저장(CCS) 국책연구 과제에 참여해 키워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CCUS 플랜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하루 3천 톤의 탄소 포집 플랜트 기본설계 능력을 확보했다.
카본코는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CCUS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발전소,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사업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설립 뒤 1년 반가량 동안 국내외 기업 및 기관들과 10여 건의 협약을 맺었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DL이앤씨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설업종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지만 우수한 프로젝트를 선별 수주하고 친환경 신사업을 개발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