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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도전장 내민 알리의 조 단위 투자 플랜, 한국정부 압박용 의구심 여전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3-14 15: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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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 도전장 내민 알리의 조 단위 투자 플랜, 한국정부 압박용 의구심 여전
▲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배우 마동석씨가 출연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모습. <알리익스프레스>
[비즈니스포스트]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물류센터 건립도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공식화했으며 이밖에 한국 판매자의 글로벌 진출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알리바바그룹의 이런 움직임이 정부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투자 계획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14일 연합뉴스는 알리바바그룹이 최근 한국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통해 앞으로 한국에 3년 동안 모두 11억 달러(약 1조4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업계획서에는 올해 안에 한국에 18만㎡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 2억 달러를 투자해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면적으로 물류센터를 세운다.

알리바바그룹이 물류센터 건설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물류센터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수준의 내용만 공유됐다.

한국 판매자들의 글로벌 판매를 지원하는 데도 1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알리바바그룹이 세운 계획은 지난해부터 한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고객 유입이 따른 속도로 늘어난 만큼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투자에 고삐를 죄겠다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미 한국에서 쿠팡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은 사용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월 기준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사용자 수는 818만 명이다. 쿠팡의 3010만 명에는 크게 뒤쳐졌지만 국내 오픈마켓의 강자인 11번가 736만 명은 여유 있게 따돌리며 사용자 수 2위에 올랐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지난해 3월부터 한국사업을 본격화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편이라는 데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동의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물류센터 문제를 해결한다면 쿠팡에 밀리는 배송 경쟁력 격차를 더욱 좁힐 수 있으리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이미 중국 현지에 한국 고객에게 배송할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었다. 국내에 이와 비슷한 성격의 물류센터를 하나둘씩 만들기 시작한다면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 역량이 빠르게 올라올 수 있다.

물론 알리바바그룹의 사업계획서에 언급된 물류센터 건립 예정 건수가 당장 한 건에 불과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사업의 성장성을 확인한다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동시다발적으로 물류 인프라 확충에 나서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미 한국 사업 확대를 위해 여러 분야에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국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용관 K베뉴는 지난해 10월 문을 연 뒤 국내 유명 브랜드를 꾸준히 유치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한국코카콜라, 한국P&G, 애경산업 등은 일찌감치 알리익스프레스에 입점했고 조만간 CJ제일제당과 삼양식품, 동원F&B 등도 알리익스프레스에 들어가기로 했다.

신선식품 사업도 이미 시작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K베뉴 안에 더신선스토어를 열고 딸기와 참외, 사과, 토마토, 고구마, 한우 등의 판매를 시작했다. 대부분 상품의 판매량은 수십여 건으로 많지 않지만 딸기와 토마토는 이미 각각 1천 건가량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한국 물류센터 설립을 통해 공식 가동에 들어가면 기존에 빨라야 3일 안에 배송하던 시스템을 당일배송 혹은 익일배송 형태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해져 국내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을 위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그룹의 이런 움직임이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내놓은 임시 계획에 불과하지 않냐는 의구심도 존재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최근 1년 동안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주목받는 플랫폼으로 떠올랐지만 그만큼 많은 논란도 함께 일으켰다. 가품과 품질 이슈 등이 대표적인 논란들인데 알리익스프레스가 이와 관련해 대처에 미온적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를 열고 품질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3년 동안 1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사실상 논란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겠다는 수준의 금액’이라는 것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정부는 이런 논란을 지켜만보다가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를 직접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월 말 조사관들을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마케팅을 담당하는 알리코리아 사무실로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소비자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를 포함한 주요 국외 직구 기업의 개인정보 수립 및 처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뿐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까지 알리익스프레스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알리익스프레스를 견제하기 위해 이런저런 명분을 앞세워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흐름들을 살펴보면 알리바바그룹이 최근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한국 정부에 제출한 것은 중장기 투자와 관련한 계획을 정부와 공유해 일부 오해를 풀고자 하는 취지에서 진행된 일이라고 볼만한 여지도 많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보여주기식 행보에 불과할 수 있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알리바바그룹은 사업계획서에서 1천억 원을 투자해 전문 상담사 300명을 둔 고객서비스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품질 논란과 관련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말 가품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알리바바그룹의 입장이 계획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소비자 커뮤니티에 상당히 많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사업계획서와 관련해 본사와도 얘기해봤으나 구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며 “다만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에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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