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만 반도체 설계 업체 미디어텍이 삼성전자에 모바일 프로세서(AP)를 공급키로 했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가 기존 퀄컴 칩과 자사 엑시노스 칩 외에 미디어텍 칩을 프리미엄 스마트폰 AP로 채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4 울트라’ 등 일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퀄컴 AP 스냅드래곤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동안 퀄컴의 높은 공급가격에 원가 부담 문제를 겪어왔다.
▲ 삼성전자와 대만 미디어텍이 모바일 프로세서(AP) 협력을 강화하면서 삼성 고급 스마트폰에 미디어텍 AP가 채택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텍> |
삼성전자가 그동안 중저가 스마트폰용 AP로만 일부 채택했던 미디어텍 칩을 고급형 스마트폰 AP로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것은 퀄컴과의 AP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8일 인도 경제 전문지 이코노믹타임스는 안쿠 제인 미디어텍 인도 지사 대표를 인용해 “미디어텍은 최근 한 주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삼성전자를 새 고객으로 확보했다”며 “이에 따라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미디어텍을 채택하지 않은 기업은 구글만 남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디어텍이 납품하는 AP가 탑재되는 삼성 스마트폰 기종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퀄컴 제품 대신 미디어텍 AP 채택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IT전문매체 WCCF테크는 “삼성전자가 당장 올해 4분기 출시되는 미디어텍의 AP ‘디멘시티9400’를 채용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미디어텍이 프리미엄 AP를 충분히 저렴한 비용에 공급한다면 계약이 성사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디어텍은 세계 AP 시장에서 점유율 33%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애플(28%), 퀄컴(19%), 중국 UNISOC(칭황유니.11%), 삼성전자(8%) 등의 순이다.
미디어텍은 그동안 중저가 AP를 중심으로 매출을 키워왔지만, 2022년부터는 고급형 ‘디멘시티’ 라인업을 강화하며 프리미엄 AP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베트남 커뮤니티에 공개된 AP 벤치마크(성능검증) 테스트에서 미디어텍 디멘시티9400이 퀄컴의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곤8 4세대보다 성능을 웃도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 삼성전자의 자체 개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칩. <삼성전자> |
이에 따라 미디어텍의 프리미엄 AP 공급 확대가 퀄컴의 AP 가격 하락 압력을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점은 삼성전자에 유리한 대목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2023년 4분기 퀄컴의 매출 가운데 40%가 삼성전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갤럭시S24 일부 모델에 탑재되는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프로세서 단가는 200달러(약 27만 원) 안팎으로 이전 제품인 2세대보다 40달러 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기준으로 갤럭시S24 기본 모델 판매가격은 800달러부터 시작한다. AP 원가만 해도 제품 가격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셈이다.
IT업계에 따르면 퀄컴의 차기 AP인 스냅드래곤8 4세대의 가격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24 시리즈 일부 모델에 자사 AP '엑시노스2400'을 탑재하면서 AP 원가 부담을 덜고, 퀄컴과의 가격 협상력을 높였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