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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신사업 말고 과자 하자"는 신동주, 롯데그룹에 훈수 둘 자격 있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3-08 1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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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신사업 말고 과자 하자"는 신동주, 롯데그룹에 훈수 둘 자격 있나
▲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사진)이 최근 국내 언론과 연달아 인터뷰하며 신동빈 회장 체제의 롯데그룹을 공격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속상할 것이다. 화도 날 것이다.

장남으로서 롯데그룹을 물려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동생에게 밀려 10년째 그룹 밖을 떠돌면 당연히 이런 생각들이 안 들 수 없다.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얘기다.

분풀이를 하려는 것일까. 신동주 회장이 최근 국내 언론과 자주 만나고 있다. 롯데그룹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제법 그럴 듯한 훈수도 둔다.

롯데그룹이 위기에 빠진 본질적 이유가 신동빈 회장의 비전이 없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비난도 한다.

하지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지점이 제법 많다.

신동주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 만나 “롯데를 정상화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왜 새로운 사업을 남발하는 건가”라고 했다.

기업이 새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여겨지는 시대다. 롯데그룹의 경영을 승계할 후보자 가운데 하나였던 인물의 발언이라고 보기에는 세간의 인식과 매우 동떨어져 보인다.

삼성그룹은 이미 10년여 전부터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꼽고 육성해왔다. 그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새 성장동력으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LG그룹 역시 배터리를 새 먹거리로 점찍고 육성해 LG에너지솔루션을 핵심 계열사로 만들었다.

롯데그룹은 이런 재벌들과 비교할 때 신사업 발굴에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인데 이런 롯데를 두고 '신사업을 왜 하냐'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신동주 회장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인터뷰에서 “4개 신성장 영역 가운데 롯데가 경쟁력 갖추고 앞서 나가는 사업이 있냐고 신동빈 회장에게 묻고 싶다”며 신동빈 회장을 공격했다.

이제 막 첫발을 떼기 시작한 신사업을 놓고 성과부터 얘기하는 것은 어느 경우에나 도리가 아니다. ‘앞서 나가지도 않으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은 한 때 오너경영인이었던 그가 할 만한 말은 결코 아니다.

더욱 황당한 주장은 롯데그룹의 미래를 제과사업에서 찾는 듯한 발언이었다.

그는 일본 롯데의 경영에 복귀한다면 제과를 중심으로 사업을 벌이겠다고 했다. 한국 롯데와 힘을 합쳐 제과업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의문이 들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의 비전을 얘기하면서 “과자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면 아마 재계 모두가 그를 비웃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신동빈 회장을 당장 롯데그룹 총수에서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차고 넘칠 것이다.

한국 재벌그룹 모두 미래만 보고 있다. 각 기업마다 미래성장실, 미래전략실과 같은 콘트롤타워를 만들고 바이오, 인공지능 등 그들이 걷지 않았던 길을 가보려고 애쓰는데 제과로 돌아가겠다는 신동주 회장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애초 신동주 회장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동주 회장은 사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법원에서 일찌감치 경영에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신동주 회장은 2011년 초 일본에서 ‘풀리카’라는 이름으로 신사업을 펼쳤다. 소매 점포의 상품 진열장을 촬영해 그 이미지를 마케팅에 유용한 정보로 데이터화한 뒤 판매하는 사업이다. 쉽게 말하면 ‘몰래카메라’ 사업이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이 사업이 위법일 수 있다고 봤다. 외부 변호사들도 풀리카 사업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은 사업을 강행했다. 심지어 새로운 사업 추진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허위 보고도 했다.

사업이 잘 됐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신동주 회장의 신사업은 한마디로 폭망했다.

사업을 본격화한지 7개월 만에 초기 예산 4억7천만 엔을 대부분 소진했다.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에게 풀리카가 수집한 데이터를 비싸게 매입하도록 압력도 행사했다.

중대한 범죄 행위도 저질렀다.

신동주 회장은 풀리카 사업을 하던 시기에 자신의 대학 동창이 대표로 있는 회사를 통해 일본 롯데그룹 임직원의 이메일을 30건 이상 전송받았다. 형사처벌 대상이다.

신동주 회장은 이런 이유로 2018년 3월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 4곳의 이사에서 해임된 것에 문제가 없다는 법원 판단을 받았다.

일본 재판부는 당시 “신동주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의 경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풀리카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였는 바, 해당 행위는 경영자로서의 적격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해임의 정당한 이유 근거가 되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했다.

앞선 2018년 1월에도 한국 법원에서 비슷한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8년 1월 신동주 회장이 호텔롯데와 롯데호텔부산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 해임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신동주는 경영자로서 피고들에게 객관적 피해를 주었다”며 “인터뷰로 인해 피고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경영자로서 업무에 피해를 입힌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신동주 회장이 경영 부적격 인물이라는 점을 한국과 일본 두 법원이 인정했다는 의미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찌감치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신동빈 회장을 낙점한 것도 이런 판단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1980년대 말부터 신동주 회장과 신동빈 회장을 롯데그룹 경영에 참여시켜 경영자 수업을 받게 시켰다. 두 아들을 곁에서 살펴보면서 누구를 그룹 총수로 내세울지 시험한 것이다.

그 끝에 신격호 회장은 2000년 3월4일 일본 롯데 집무실에서 펜을 들고 유언을 남겼다.

“신동주는 연구개발을 돕고 경영에 관여하지 말라. 한국과 일본, 그 외 지역의 롯데그룹은 신동빈이 승계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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