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3-06 10: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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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베이비부모 세대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건설사들이 실버타운 사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주택시장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실버타운 활성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2월12일 국회에서 '어르신 든든 내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5월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비수도권 지역에 분양형 실버타운을 허용하고 사업자가 직접 토지를 소유해야 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 규제가 풀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015년 노인복지법 개정 이후 실버주택은 임대분양만 가능하고 일반분양이 불가능해졌다. 불법분양하거나 개발이익을 악용하는 사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분양을 하지못하고 임대분양만 하면 시행사와 시공사가 곧바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장기간에 걸쳐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실버타운 사업이 쉽지 않았다. 특히 시공에 들어가는 초기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이런 규제를 풀어 일반분양이 다시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실버타운사업 진출에 고삐를 죌 것으로 여겨진다.
국회에서 실버타운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민·중산층을 겨냥한 실버타운 확대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노인복지주택 설치는 현재 ‘노인복지법’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지매입부터 건축물의 건축·운영에 이르기까지 사회복지법, 주택법,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개별 법률의 적용을 받아 걸림돌이 많다.
특별법은 복잡한 절차를 단순화하고 서민과 중산층 대상 실버타운 공급을 뒷받침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실버타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미 지난해 12월 은퇴자마을(도시) 조성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입법했다. 여야가 모두 실버타운 필요성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건설사들은 이미 실버타운 사업을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점찍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제도적 지원이 더해진다면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설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 <롯데건설>
롯데건설은 지난해 3월 강서구 마곡지구에 위치한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 ‘VL르웨스트’ 계약을 마쳤다. 입주 예정일은 2025년 10월로 청약 최고 경쟁률 205대 1를 보였다. 지하 6층~지상 15층, 4개동 공급면적 51~149㎡, 810실로 조성됐다.
대우건설은 경기 의왕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을 짓고 있다. 시행사는 엠이엠(MDM)이고 만 60세 이상만 입주할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과 일반 오피스텔로 복합 개발된다. 지하 6층~지상 16층, 13개 동, 1378세대 규모로 노인복지주택은 536세대다.
GS건설은 지난 2016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중동 동백지구에 스프링카운티 자이를 지으며 실버산업 진출의 기반을 다졌다. 문턱 등을 최소화해 이동의 불편함과 부상위험을 줄이고 욕실에는 응급상황 대비를 위한 비상벨도 설치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6월 연세대 미래교육원과 ‘시니어주택 운영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실버타운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미글로벌 자회사 한미글로벌 디앤아이도 2025년 4월 중위소득 노년층을 대상으로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115세대 규모의 ‘위례 심포니아’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의 은퇴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면서 실버타운 산업은 더욱 주목을 받는다.
베이비부머 세대 인구수는 700만 명에 이른다. 이에 실버타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2022년 기준 전국 실버타운은 39개소로 8840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실버타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실제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삼성노블카운티와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더클래식500 등 수도권 지역 실버타운은 당장 입주하기 어렵다. 입소 대기 기간만 최장 3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27일 서울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노인가구 주거편익 향상 방안’ 세미나를 열고 노인 대상 주택공급이 저조한 만큼 역세권·병원권에 노인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남형권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5.1%에 해당하는 30만 명이 노인 전용주택에 거주를 희망하고 있으나 현재 노인 전용주택은 3만 세대에 불과해 27만 세대가 모자라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노인가구 수는 775만 세대로 전체 35.6%를 차지했다. 2030년에는 1010만 세대(43.6%), 2040년 1252만 세대(52.5%), 2050년 1328만 세대(58.1%)로 크게 늘어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경제력을 갖춘 중산층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실버타운에 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맞춤형 서비스와 시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새 먹거리로 정하는 전략 과제에 실버타운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