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구두 브랜드인 에스콰이아가 몰락의 위기에 몰렸다.
54년 역사를 뒤로 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경기침체에다 수입제품 공세에 밀려 자금난을 이겨내지 못했다.
◆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채권단의 판단
에스콰이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EFC는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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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휘욱 이에프씨 대표이사 |
EFC는 지난 3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고 부동산 매각, 비용절감 등 경영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채권단과 최종합의에 실패해 법정관리를 통한 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EFC는 지난 3월 주거래은행인 KB국민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에스콰이아는 2월 만기가 돌아온 한화저축은행 대출금 50억 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KB국민은행 등 채권단은 EFC가 지난 6월 채무 상환일에 돈을 갚지 못하자 더 이상 워크아웃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EFC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937억 원 금융부채를 안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EFC 실사결과 기업 계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왔다"며 "신규자금 지원없이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해 워크아웃을 부결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EFC는 에스콰이아라는 브랜드로 1990년대까지 금강제화, 엘칸토와 함께 국내 구두시장을 3분했던 업체다. 1961년 서울 명동의 작은 구둣방에서 창립자인 이인표 전 회장이 시작한 사업은 1990년대 중반에 연 매출 4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매출이 1천억 원대로 떨어지면서 서울 성수동 본사빌딩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결국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0년 사모펀드인 H&Q AP코리아에 매각됐다. H&Q AP코리아는 에스콰이아의 지분 100%를 800억 원에 인수했다.
EFC는 새 주인을 만나 2011년 매출 2036억 원을 기록하는 등 한 때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2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12년 매출 1803억 원을 기록하며 53억 원의 영업손실를 냈다. 2012년 말 당시 금융부채는 948억 원으로 늘어났다.
EFC는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매장을 철수하는 등 비용절감을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매출은 지난해 1562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고 적자폭을 줄이는 데 실패했다.
EFC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H&Q코리아는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아 보인다.
◆ 구두 상품권에 취해 소비자 변화에 대응 못해
한 때 국내 구두시장을 장악했던 금강제화, 에스콰이아, 엘칸토의 위상은 모두 형편없다.
에스콰이아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엘칸토는 계속 주인이 바뀌어 현재 이랜드가 소유하고 있지만 실적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금강제화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금강제화도 2003년 매출 4493억 원에서 지난해 3485억 원으로 줄었다.
이들 구두업체들의 위기는 ‘상품권 장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구두 상품권 덕분에 매출을 올렸지만 결국 발목이 잡혔다.
구두 상품권은 한 때 선물용으로 불티나게 팔리면서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화점 상품권이 등장하면서 구두 상품권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구두업체들은 앞다퉈 할인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구두업체들은 구두가격을 올렸고 사실상 구두가격이 거품을 만들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렸고 다시 할인율을 더 올려야 하는 악순환구조를 낳고 말았다.
또 EFC는 에스콰이아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의류사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지만 오히려 자금압박만 가중하는 꼴이 됐다.
소비자들의 변화에 무감각한 것도 몰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대 들어 수입구두들은 다양한 개성을 앞세워 구두시장을 잠식했다. 하지만 에스콰이아 등 국내 구두업체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상품권 판매에 골몰해 정장구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국내 구두업체들은 낡고 늙은 이미지만 굳게 쌓여갔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