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내집 마련을 노리는 사람들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상품 사이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정부가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늘어나던 변동금리 대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대출자들은 한도가 줄어든만큼 고정금리에도 다시 눈길을 보내고 있다.
▲ 내집 마련을 노리는 사람들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상품 사이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연합뉴스> |
2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에 영향을 끼치는 은행채 금리(5년물, 무보증 AAA)는 전날 3.880%로 4%선 아래에 머물렀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전세계적 긴축 흐름이 아직 가시지 않아 대부분 4%대 이상을 오갔다. 하지만 분위기가 누그러지며 3%대에 안착한 셈이다.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 기준으로 사용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도 하락세다. 최근 발표된 1월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는 3.66%로 두 달 연속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쳐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주담대를 찾는 사람들은 이 때문에 지금 당장은 앞으로 이자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변동금리대출 상품을 많이 찾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80%선까지 올랐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12월 말 59.8%까지 줄어들었다.
다만 대출자 관점에서는 이제 무작정 변동금리 대출로 달려갈 수 없게 됐다. 금융위가 26일부터 변동금리 대출 증가를 제어하기 위해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 금융위원회는 26일부터 가계대출 증가세를 조이기 위해 스트레스DSR 제도를 도입했다. |
스트레스DSR은 미래금리 위험을 반영해 DSR 한도를 산정할 때 일종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가산금리를 매기므로 DSR 한도를 산정하는 가상의 시나리오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갚아야 하는 이자는 늘어난다. 은행권의 DSR은 40%로 한계가 있는만큼 결국 대출자가 최대로 빌릴 수 있는 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금융위 예측에 따르면 변동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차주의 대출한도는 올해 상반기에는 2~4%, 하반기에는 3~9%, 내년부터는 6~16% 감소한다.
소득 5천만 원 차주(3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를 기준으로 기존 3억3천만 원이었던 한도는 상반기 3억1500만 원, 하반기에는 3억 원, 내년에는 2억8천만 원 가량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2월에는 스트레스DSR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변동금리 대출 ‘막차’를 타려는 대출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의 22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535조6308억 원으로 지난해 말(529조8922억)보다 50여일 사이에 6조 원 가까이 늘었다.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는만큼 대출한도가 더 높은 고정금리 상품 매력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스트레스DSR제도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가산금리 수준이 높아지면 차주들의 대출한도는 더욱더 줄어들 수 있어서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가산금리를 올렸다. 신한은행(19일)이나 국민은행(7일) 등은 이미 가산금리 수준을 높인 상태다.
돈을 빌리려는 사람은 대출만기도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고 만기가 길지 않다면 고정형으로 대출을 받아 한도를 늘리는 게 유리해서다.
당장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지만 상반기 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한은은 2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 1명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금통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개인적으로는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란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상반기 이후는 5월 경제 전망을 보면 그 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