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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이 스마트폰 신제품 V20을 선보이고 있다. |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이 스마트폰 연구개발조직을 대거 개편하고 프리미엄 라인업에 역량을 집결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조 사장은 신제품 ‘V20’의 하드웨어 기능을 끌어올리고 고가로 출시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전략은 성공할 경우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수익성을 회복에 도움이 되겠지만 실패하면 수익과 점유율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프리미엄전략은 위험성이 매우 높아 조 사장은 물론 LG전자 입장에서도 사실상 '마지막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 V20으로 정면돌파 선택
25일 업계에 따르면 조준호 사장이 V20으로 하반기 스마트폰 경쟁작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과 애플 아이폰과 맞대결을 선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조 사장이 V20의 출시일자를 아이폰7보다 앞당겨 시장을 선점하고 가격도 낮춰 내놓아 적극적으로 판매량과 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해 왔다.
하지만 V20은 한국에서 29일 출시되며 출고가도 89만9800원으로 예상보다 높다.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오는 10월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한 경쟁작으로 꼽히는 갤럭시노트7은 미국 일부 이통사에서 22일 판매가 재개됐다. 대규모 리콜사태로 판매재개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한 셈이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지난 16일 출시된 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뚜렷한 경쟁작이 없는 틈을 타 초반부터 높은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결국 LG전자는 V20을 미국에서 출시하자마자 갤럭시노트7과 아이폰7에 맞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게 됐다.
조 사장은 삼성전자나 애플과 경쟁을 의식하기보다 LG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독자적 시장을 개척해 ‘의미있는 3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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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20에 탑재되는 전문가용 음향기능. |
그런데도 V20의 가격경쟁력을 포기하고 출시시기도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하지 않은 것은 조 사장이 그만큼 제품경쟁력에 자신감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사장은 V20 출시행사에서 “카메라와 오디오에 특화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최고의 멀티미디어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그동안 LG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쌓은 노하우를 집결한 스마트폰”이라고 강조했다.
V20은 전후면 듀얼카메라와 고품질 음향모듈을 적용해 하드웨어 기능에서 강력한 차별적 요소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전작인 G5에 모듈식 디자인을 적용해 호평받았던 전략과 유사하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V20은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LG전자가 지적받은 단점을 모두 개선했다”며 “기능이 다양하면서도 완성도가 역대 가장 높은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 프리미엄에 역량 더욱 집중해 경쟁력 확보
조 사장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연구개발조직을 효율화하고 라인업도 대폭 개편하며 대규모 변화를 예고했다.
LG전자 MC사업본부가 지난해 3분기부터 매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만큼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계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MC사업본부의 인력을 재배치해 20% 정도 줄이고 영업본부도 미국과 한국 등 주력시장을 중심으로 축소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에서 차별적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조직을 G시리즈 개발팀과 V시리즈 개발팀으로 이원화하고 기존의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도 대폭 줄인다.
G플렉스 등 최근까지 신제품 출시 가능성이 거론됐던 프리미엄 라인업도 개발을 중단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 라인업의 정예화 전략과 공략시장을 압축하는 효율화전략을 쓰고 있다”며 “출하량에 비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의 외형을 확대하기보다 일정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유럽 등 비주력시장의 스마트폰 출시계획도 이전보다 크게 축소했다.
외신에 따르면 LG전자는 V20을 영국 등 유럽국가에 출시하지 않기로 잠정결정했다. 인도와 중국 등 LG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이 낮은 국가의 출시일정도 연말까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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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방영되는 V20 광고영상. |
경쟁력이 약한 시장에 스마트폰을 출시할 경우 점유율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재고처리와 마케팅비 투입이 늘어나는 만큼 LG전자의 수익성을 악화할 수 있다.
LG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입지회복이 당면과제인 만큼 조 사장의 이런 전략변화가 실적개선에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의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효율화하고 수익이 낮은 지역의 판매비중을 축소하는 것은 수익성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라며 “2017년부터 체질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V20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판매량 반등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이런 전략이 역풍을 맞아 LG전자가 수익과 점유율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브스는 “V20에서 보여준 LG전자의 하드웨어 개선 노력은 칭찬할 만하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대중적 인기를 끌지 의문”이라며 “LG전자에 해답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