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세계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증가율이 전기차를 넘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현대차의 소형 SUV 코나 하이브리드 차량의 홍보용 이미지. <현대차> |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증가율이 전기차를 추월했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전기차가 긴 충전 시간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등 비교 열위를 가진 부분이 있다 보니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한 소비자가 늘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20일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과 중국 포함 주요 14개 국가에서 2023년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증가율이 2022년보다 30% 늘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을 합한 판매증가율은 28%였다.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증가율이 전기차보다 2%포인트 높았다.
미국 컨설팅업체 알릭스 파트너스의 스즈키 토모유키 매니징 디렉터는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가졌던 신뢰가 하락하면서 차량 판매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바로 전기차를 구매하기 보다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현실적 대안으로 삼았다”고 짚었다.
소비자 신뢰가 하락한 이유로 충전 시간이 너무 길다는 요인이 지적됐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전기차로 150㎞를 주행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30분을 충전해야 한다. 같은 거리를 달리기 위해 하이브리드 차량에 가솔린 엔진을 주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10배다.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고가라는 점도 수요 둔화에 원인으로 꼽혔다.
2023년 출시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의 신형 모델은 275만 엔(약 2448만 원)이다. 전기차 대표 기업인 테슬라 차량들의 평균 가격보다 약 3500만 원이 저렴하다.
중국과 독일 등 국가들이 전기차 소비자에 제공했던 재정 지원책을 종료했다는 점도 수요 악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한파에 전기차 배터리 내부의 화학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사례가 있다는 점 또한 전기차 수요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전기차 수요가 중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영국 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의 전망도 함께 전했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수요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2배 증가한다. 10년 뒤인 2035년에는 전기차 수요가 5천만 대에 육박해 신차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