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2-13 15: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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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건설에는 이마트 등의 지원 가능성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마트의 지원여력은 최근들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주택사업 미분양 리스크를 털어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신세계건설 구원투수로 투입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모기업 이마트 등 그룹의 추가 지원을 통해 신세계건설의 숨통을 틔울지 주목된다.
13일 신세계건설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878억 원에 이르렀는데 연말로 갈수록 손실 규모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4분기에 분기별로 가장 많은 9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903억 원이다.
이는 신세계건설이 미분양 리스크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정두영 신세계건설 대표이사가 미분양 리스크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대규모 적자 주요 요인은 공사원가 상승과 지방 미분양 현장에 관한 대손상각비 인식 등이다. 대손상각비는 회수가 불확실한 외상매출금을 뜻한다.
특히 4분기에도 대구 주요 사업장들의 미분양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발생한 대손상각비가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대구 본동 빌리브 라디체에서 196억 원, 대구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에서 114억 원, 대구 수성4가 빌리브 헤리티지에서 55억 등 모두 365억 원의 대손상각비가 발생했다. 이 현장들의 분양률은 20% 초반을 밑돈다.
여기에 대구 죽전동 빌리브 메트로뷰와 부산 명지지구 빌리브 듀클레스 현장까지 합치면 지난해 3분기까지의 대손상각비는 439억 원까지 늘어난다.
특히 내년 완공 예정인 빌리브 라디체와 빌리브 루센트에서도 추가 부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완공한 수성4가 빌리브 헤리티지는 시행사가 지난해 11월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미분양 물량의 공개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8일 공시한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공사 원가 상승 및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분양 실적 부진, 이자율 상승에 기인한 재무부담이 영업손실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도 예상보다 크게 증가했다.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470%에서 지난해 말 953%까지 치솟았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에 따라 자금 확충이 이뤄져 올해 1월 말 기준으로는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600%대로 높다.
애초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11월 모기업인 이마트의 자회사인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채비율이 470%에서 356%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한 만큼 효과가 나지 않았다.
정 대표가 지난해 3월 신세계건설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 정 대표는 신세계건설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영업2담당, 공사담당, 영업총괄, 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현장 전문가로서 미분양 적체를 해결할 적임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임기 첫해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정 대표가 신세계건설 실적 개선을 이끌기 위해서는 미분양 물량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경기 상황을 보면 당장 큰 폭의 해소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8일 건설업종 리포트에서 “주택수요 회복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며 “미분양 주택이 확대되고 있으며 준공 뒤 미분양 물량도 증가해 건설사의 손실 확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결국 정 대표에게는 신세계건설 재무 안정화를 위해 자체 노력에 더해 그룹 차원의 지원이 절실해졌다.
정 대표는 추가적 재무 조치를 통해 부채비율을 400%대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그룹 차원에서 자금 지원 등 다각적 지원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신세계건설은 8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면서 “그룹 차원에서도 신세계건설을 재무구조 안정화를 위해 유동성 흐름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자금 등 다각적 지원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건설은 지분 70.46%를 보유한 모기업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그룹 내부의 지원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신세계영랑호리조트를 흡수합병하거나 최근 발행한 사모사채 2000억 원 가운데 600억 원을 신세계아이앤씨가 매입하는 등 그룹의 지원을 실행해 급한 불을 끈 상황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건설 등 그룹사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건설사는 최근 위기에도 최악의 상황까지는 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바라봤다.
다만 과거 두산그룹이나 금호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건설 계열사의 재무부실이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진 사례도 없지는 않기에 신세계그룹도 신세계건설 지원에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가 신세계건설을 지원사격할 방식으로는 직접 단기자금을 공급하거나 이마트 보증을 통해 신세계건설이 금융권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방식, 유상증자 등이 거론된다.
이마트 자체의 이익체력이 예전같지 않은 점은 신세계건설 지원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뿐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사업의 판매관리비 및 식음료 부문의 원재료비용 증가에 영향을 받아 올해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660억 원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영업이익 3168억 원에서 2년 연속 절반 이상씩 쪼그라든 것이다.
이마트는 재무구조 역시 소폭 악화했다. 이마트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46.2%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50.5%로, 차입금의존도는 33.1%에서 34.1%로 높아졌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2일 발간된 '비우호적 업황에 따른 각 사별 리스크 진단' 보고서에서 “신세계건설을 향한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의 지원여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이마트는 자산 매각을 통해 2021~2022년 투자 활동으로 확대된 차입무담을 일부 완화했지만 지난해에도 점포망 투자 및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재차 저하됐다”고 분석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