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관점에서는 업권 3위로 내려앉은 신한은행이 눈에 밟힐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이 행장 자리에 있던 2022년까지만 해도 순이익 기준 1위를 노리는 곳이었다.
신한은행은 다만 지난해 제자리걸음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으로 2022년보다 0.7% 늘어난 3조677억 원을 거뒀다. 이는 은행 가운데 3위다.
하나은행(3조4766억)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하나금융 비은행 계열사 부진을 방어했다. KB국민은행(3조2615억)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처음 순이익 3조 클럽에 가입했다.
신한금융 비은행계열사가 지난해 비교적 선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한은행의 제자리걸음은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는 고금리로 나빠진 자금조달 환경 속에서도 순이익 3.2% 하락으로 방어하며 업권 순이익 1위를 지켰다. 신한카드는 신한금융 안에서 신한은행 다음 가는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신한라이프도 지난해 순이익으로 1년 전보다 5.1% 늘어난 4724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신한카드의 2위 계열사 자리를 위협했다. 생명보험업권 내에서도 생보 3강(삼성·교보·한화)을 추격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신한금융이 2022년에 ‘리딩금융’ 자리를 차지한 데는 4400억 원 가량의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대금 등의 일회성 요인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23년 리딩금융 싸움 패배도 이때문에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일 수 있다.
다만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관점에서는 취임 1년 만에 위치가 뒤바뀐 것이어서 2023년 성적을 만족스레 바라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취임한 뒤부터 그동안 ‘정도경영’을 강조하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해 왔지만 이제는 2년차를 맞이해 성과 부담도 안게 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신입직원 연수에 참여해 “신한금융의 비전은 일등이 아닌 일류가 되는 것”이라며 “일류가 되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자”고 말했다.
앞서 9월 창립 22주년 직원 토크콘서트에서는 “정도 경영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실적을 내기 위해 초조해 하지 않고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인내의 시간을 견뎌내면 비록 속도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정도를 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진 회장(맨 오른쪽)이 1월31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 본사에서 열린 'AI/Data 실무자 캔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진 회장은 올해 키워드로는 신년사를 통해 ‘틀을 깨는 혁신’을 내세웠다.
금융사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혁신을 그룹 전체에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초 열린 신한금융의 '2024년 신한경영포럼'에서는 AI(인공지능) 등 디지털 경쟁력 관련 내용이 오갔다.
진 회장은 또한 이 같은 혁신 정신을 임직원에 심기 위해 강점으로 평가받는 소통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1월31일에는 처음으로 AI(인공지능)/데이터 실무자들과 캔 미팅을 가졌다. 캔 미팅은 캔에 담긴 간단한 음료를 두고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나 모임으로 보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임직원과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회장은 직원도 충분히 납득을 한 뒤에 공감하는 사업을 해야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여러 분야 실무자와 자주 캔미팅을 가져왔고 이번에 AI/데이터 직원들과 처음으로 캔미팅을 가졌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기회를 더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