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법원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는 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전 차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임 전 차장은 기소 뒤 1909일 만에 1심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유죄가 인정된 전·현직 법관 3명 가운데 가장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임 전 차장은 2018년 11월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보호, 비자금 조성 등 크게 4가지 범주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법원은 임 전 처장이 2015년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해 사건을 맡은 대법원 재판부가 이를 접수하는 데 관여한 점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 전 처장은 청와대 비서관의 부탁을 받아 소송 일반당사자인 정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임 전 처장은 2015년 3~8월 홍일표 전 자유한국당 의원을 상대로 제기된 사해행위 취소소송의 내용을 검토하도록 행정처 심의관에게 지시한 혐의와 2016년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내용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행위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국회의원 개인을 위해 법률자문을 해준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법관 윤리강령에도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임 전 처장이 2015년 6월 통합진보당의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방안 검토를 지시한 점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에 반해 직권남용에 해당되며 심의관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지시한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임 전 처장은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의 예산 3억5천만 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도 일부 유죄를 받았다. 유죄로 인정된 배임액수는 3억3천여만 원이다.
재판부는 “임 전 처장은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과 청와대를 지원하는데 이용했다”며 “사법부 독립이라는 이념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잃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임 전 처장은 수사초기부터 사법농단의 핵심 혐의자로 지목돼 오랜 기간 대내외적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되는 등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며 “500일 넘는 기간 구금되면서 죗값을 일부 치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