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미디어텍이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프로세서를 낮은 가격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텍 프로세서 제품 홍보용 이미지. <미디어텍>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향후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또는 퀄컴의 프로세서 대신 대만 미디어텍 제품을 탑재하는 사례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디어텍이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모바일 프로세서 공급 가격을 낮춰 제시하며 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5일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미디어텍의 올해 가장 큰 성과는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디어텍은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의 출하량 집계 기준으로 지난해 퀄컴과 애플을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모바일 프로세서 전문 설계업체다.
중국 스마트폰업체의 중저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를 주로 공급하며 영향력을 키워 왔는데 최근에는 고사양 프로세서 상용화 및 출시에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WCCF테크는 유명 팁스터(정보유출자) Revegnus가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미디어텍이 삼성전자에 다른 고객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프로세서를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이에 따라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에 엑시노스 또는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대신 미디어텍의 제품 탑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예측도 이어졌다.
WCCF테크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4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프로세서 원가 부담이 이전보다 높아진 만큼 미디어텍과 협력을 추진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갤럭시S24 일부 모델에 탑재되는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 프로세서 단가는 200달러(약 27만 원) 안팎으로 이전 제품보다 크게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기준으로 갤럭시S24 기본 모델 판매가격은 800달러부터 시작하는데 프로세서 단가만 전체의 4분의1 수준인 만큼 삼성전자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WCCF테크에 따르면 퀄컴 차기 프로세서의 가격은 이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이를 반영해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한다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에 저가의 미디어텍 프로세서 채용 비중을 늘리면 이러한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해 전체 사업에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디어텍은 성능 및 전력효율을 크게 끌어올린 ‘디멘시티9400’ 등 고사양 프로세서로 퀄컴 스냅드래곤8 시리즈와 직접 대결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갤럭시S 또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같은 프리미엄 제품에 미디어텍 프로세서를 채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삼성전자 엑시노스나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비교해 미디어텍 프로세서에는 아직 충분한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퀄컴이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와 프리미엄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공급을 위한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다만 WCCF테크는 미디어텍이 고사양 프로세서도 삼성전자 엑시노스보다 낮은 비용에 공급을 추진한다면 이들의 협력 관계가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