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갈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계로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회에서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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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크게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비용과 자회사 지분 요건을 맞추기 위한 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순환출자 해소 비용은 그간의 꾸준한 순환출자 정리 노력으로 크게 낮아졌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지난해 10곳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7개로 줄었고 해소비용은 2조7273억 원에서 1조7432억 원으로 9천억 원 이상 감소했다.
남은 것은 지주회사 행위요건에 따른 자회사 지분 확보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정점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거느리는 지주회사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 올해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지분을 인수하는 등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할 암초를 만날 수 있다. 지주회사 요건을 기존보다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로 구성돼 법안 통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 주식보유 기준을 기존 20%(비상장사는 40%)에서 30%(비상장사는 50%)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할 경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현재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대부분 20%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비용만도 만만치 않은데 여기에 추가로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특히 몸집이 큰 삼성전자의 경우 문제가 간단치 않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 지분은 18.31%으로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순히 지분요건을 채운다고 가정하면 지분 추가 확보에 현재 주가 기준으로 26조 원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이를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지주회사가 공개매수하는 비용이 줄어들뿐 아니라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가 분할회사 신주로 바뀌면서 투자회사는 사업회사 지분 30%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장담할 수 없다. 회사 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당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가 됐기 때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 분할시 분할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에 대해서 신주를 배정할 수 없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지분 추가 매수는 불가피해진다.
삼성전자 외에도 지분을 늘려야 하는 계열사들이 많다. 삼성SDI의 경우 최대주주인 삼성전자가 지분 19.58%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 지분요건이 30%로 확대될 경우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서 7천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 외에 호텔신라와 에스원은 3천억 원대, 삼성전기와 삼성엔지니어링은 2천억 원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도 1500억 원 가까운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기존 지주회사 요건을 채우기 위해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지주회사가 공개매수하는 비용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지분 50%에 미치지 않는 비상장 자회사도 적지 않아 실제 비용은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생명도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삼성생명은 6월 말 기준 삼성화재 지분 14.98%, 삼성증권 지분 11.14%를 보유하고 있다. 30% 지분을 맞추려면 삼성화재 지분 매입에 약 2조 원, 삼성증권 지분 매입에 약 5천억 원이 필요하다.
20대에서 아직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발의되지 않았으나 19대 때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중간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요건은 상장사의 경우 30%였다.
이를 고려할 때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30%로 맞춰야 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