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띄우는 저PBR주를 향한 관심이 코스피 수급 쏠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코스닥의 상대적 부진이 2월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에는 '형보다 나은 아우'의 면모를 보여줬던 코스닥이 최근 들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을 이끌어왔던 인공지능(AI)테마주, 2차전지업종이 힘을 잃은 점이 코스닥 약세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향한 관심 속에 코스닥 성장주에서 코스닥 대형주로 수급이 흘러가면서 코스닥지수의 '차별적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0.51포인트(0.06%) 하락한 798.73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 2달 반 만에 800선을 내준데 이어 이날도 하락 마감하면서 800선 회복에 실패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이날 1.82% 오르며 3거래일 만에 250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2주 동안 4.2% 가량 오르며 2500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지수는 5.0% 하락하면서 800선 밑으로 내려섰다.
코스닥은 지난해 코스피보다 높은 수익률과 거래대금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데 올해는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주도주 부재가 길어지면서 이렇다 할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2차전지업종 투자심리가 한풀 꺾이면서 지수에 부담이 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에코프로비엠(-20.8%)과 에코프로(-17.5%) 주가는 올해 들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실적시즌을 지나며 2차전지업체에 대한 실적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테슬라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나빠졌다.
AI 모멘텀에 힘입어 반짝 상승흐름을 탔던 반도체, 소프트웨어 중소형주가 조정을 거치고 있는 점도 코스닥을 향한 투자심리 회복을 늦추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 마무리 되는 등 호재 소멸과 최근 빅테크 실적에 대한 경계심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급 측면에서 살펴보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의 코스닥시장 이탈이 이어지면서 약세 흐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기관과 외국인투자자 중심으로 코스피 비중을 늘리고 코스닥 성장주에 대한 매도로 대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2월 저PBR 종목을 대상으로 한 주가부양책 도입을 예고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대형주로 이동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밸류를 받고 있는 코스닥 중소형주보다 코스피 대형주가 큰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장 마감 뒤 “코스닥시장에서는 최근 패턴처럼 코스닥 고PBR종목을 팔아서 코스피 저PBR 종목을 사는 수급 쏠림이 나타나면서 장중 최고 하락폭이 1.62%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시총이 작고 PBR이 높은 종목에서 시총이 크고 PBR이 낮은 종목으로 자금이동은 불가피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 오픈AI의 챗 GPT를 시작으로 생성형 AI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샘 올트만 오픈 AI 최고경영자. |
코스닥 약세흐름을 끊을 만한 요인으로는 최근 주춤한 AI 관련 종목이 꼽힌다.
올해 AI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재 조정을 겪고 있는 AI 테마 중소형주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가 일상 전반에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AI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을 전망이다”며 “글로벌 AI 각축전이 시작된 상황 속 관련 기업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확산 수혜로 반등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과거 패턴상 사이즈 측면에서 대형주로 관심이 이동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