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각) 독일 보트로프시 시내에 가득한 아파트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ESG(환경·사회·지배구조)펀드들이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ESG 자체를 '투자 테마'보다는 '투자 리스크 평가요소'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미국 ESG펀드들이 20년 만에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ESG펀드들은 50억 달러(약 6조6500억 원)가 넘는 순손실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미국 공화당이 주도한 ESG펀드 관련 규제와 관련된 산업이 수익 감소를 겪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발렌틴 반 니우번회이젠 지속가능성 대표는 블룸버그를 통해 “ESG 시장은 다른 자산 시장과 같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겪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투자가 다른 시장에 통함됨에 따라 전반적 펀드의 자금 흐름은 주식시장이나 다른 자산 시장의 추세를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니우번회이젠 대표는 “ESG는 투자자들이 자신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특정 리스크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하나의 도구가 돼가고 있다”며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은 점점 더 ESG 내에서도 다른 전략을 확보하려 하거나 포트폴리오 영역을 좀 더 다각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P모건 체이스은행 아시아·태평양 지역 ESG 자산운용의 한나 리 연구 대표는 “ESG 테마 자체는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투자 전략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ESG 투자를 단행하려는 자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지속가능성 펀드들이 보인 부진한 모습은 투자를 받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들의 가치를 대변하는 S&P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인덱스도 지난해 20% 이상 하락했다. 올해 초엔 추가로 10% 떨어졌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들이 미국 ESG펀드에서 투자를 철회한 금액은 130억 달러가 넘었다. 유럽 ESG펀드 규모는 계속해서 커진 것으로 파악됐으나 미국에서 감소폭이 커 지난해 4분기에만 세계 ESG펀드 자산 규모는 25억 달러 감소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ESG펀드들은 고객 상환을 위해 전통적 자산운용사들보다 더 큰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이에 지속가능성 관련 자산 규모는 지난해 0.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 집계에 따르면 전체 자산 시장은 0.05%의 손실을 봤다.
이에 학계에서는 ESG를 전략이 아닌 투자 리스크를 평가하는 요소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펜실베니아대의 엘리자베스 폴먼 법학 교수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ESG펀드가 사라지더라도 ESG가 상징하는 문제를 향한 투자는 계속될 수 있다”며 “ESG라는 개념 자체는 그동안 여러 가지 문제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됐더라도 그것이 다루는 이슈들은 많이 공론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옥스퍼드대학의 로버트 에클레스 초빙교수는 “ESG 투자라는 개념은 사라져야 한다”며 “ESG 자체는 관련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적 투자 리스크’라는 한 요소로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