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경영정상화 작업이 암초를 만났다.
권 사장은 자구계획으로 올해 안에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을 맞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의지는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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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20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현대중공업도 자구안 이행을 놓고 고심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3조5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 이행하고 있는데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이 자구안에서 20%의 비중을 차지한다.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그만큼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에 중요하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LIG투자증권만 남은 상태인데 LIG투자증권도 인수의지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
하이투자증권이 매각되지 않을 경우 현대중공업의 경영정상화 작업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 채권은행들은 현대중공업이 자구안을 이행하는 속도를 주시하면서 수주활동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과 여신만기 연장 등을 해주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 매각은 자구안의 일부분”이라며 “현대중공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매각, 일부 사업부 분사 등 다른 자구안 과제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어 채권은행들로부터 당장 자금 등에 대한 압박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하이투자증권을 제값받고 팔기 어렵다는 이유로 매각작업을 중단할 경우 권 사장의 경영정상화 의지에도 금이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경영상황이 나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손실을 무릅써가며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현대중공업 내부에서 나돌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유상증자 등에 투입한 돈은 모두 1조1천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시장에서 평가받는 금액은 약 5천억~6천억 원대로 추산된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할 경우 투입한 금액의 절반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애초 현대중공업이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할 때만 해도 경영상황이 계속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인력 구조조정과 일부 사업부 분사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통해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8824억 원을 내며 순항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현대중공업의 체질개선을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해 현대중공업이 스스로 자구안에 넣은 내용이라 매각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시장상황이 녹록하지 않아 하이투자증권 매각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두고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