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화석연료 반대집회에서 엑손모빌 로고를 본뜬 가면을 쓰고 있는 기후활동가.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유 대기업 엑손모빌이 투자자들이 친환경 정책 관련 주주제안을 통해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간섭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유사 엑손모빌이 투자자 단체 팔로우디스(Follow This)와 아르주나캐피털(Arjuna Capital)을 미국 텍사스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다고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해당 투자자 단체들이 2021년 완화된 주주제안 조건을 악용해 기업활동의 ‘사소한 부분’까지 간섭하려 들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올라온 주주제안은 친환경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방법과 시기까지 구체화했는데 엑손모빌 측에서는 이것을 문제 삼았다.
엑손모빌은 투자자들이 '세세한 관리 영역(micromanage)'까지 기업활동에 간섭하는 것을 금지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팔로우디스와 아르주나캐피털이 매년 동일한 제안을 반복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증권거래위원회 규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기업들이 투자자 단체들의 친환경 요구에 느끼는 피로감을 대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기업들이 투자자 단체의 행동을 막기 위해 법적 분쟁에까지 나선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빅테크 기업들이나 정유사들은 많으면 한 해에 10회 이상 친환경 정책 강화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엑손모빌은 투자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2021년 임팩트투자사 ‘엔진 넘버원(Engine No.1)’에 사내 이사회 자리 3곳을 양보하기도 했다.
한편 팔로우디스와 아르주나캐피털에서 내놓는 제안을 지지하는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2022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들이 제시한 친환경 정책 강화안은 27.1%의 지지를 받았는데 2023년 정지주주총회에서는 10.5%로 감소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엑손모빌이 이번 법적 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향후 투자자 단체들의 친환경 활동이 다소 주춤하게 될 것으로 봤다.
엑손모빌이 친환경 문제를 이유로 법적 분쟁을 겪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엑손모빌은 대중의 기후변화를 향한 인식을 왜곡했다며 캘리포니아주 당국으로부터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에 제소당했다.
당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석유와 천연가스 기업들은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왜곡하려 들었다"며 "이번 법적 분쟁을 통해 캘리포니아는 처음으로 화석연료 기업들이 우리 기후에 미친 악영향의 대가를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