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28나노 이상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SMIC 반도체공장 외부 전경. < SMIC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28나노 이상의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구형 반도체 생산을 크게 늘릴 채비를 갖춰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반도체 물량 공급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16일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비해 구형 반도체 생산을 늘리며 미국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기업들의 생산 투자가 28나노 이상 공정에 집중되고 있다며 해외 반도체 수입에 의존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프로세서 등에 주로 사용되는 10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과 달리 28나노 이상의 구형 반도체 공정은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에 폭넓게 쓰인다.
첨단 공정 반도체는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진입장벽이 높은 반면 구형 반도체는 중국 반도체기업들도 충분히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할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은 주로 내수시장의 수요 증가에 맞춰 구형 공정 기반의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데 이런 과정에서 첨단 반도체 양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구형 반도체를 생산하며 충분한 기술력이 쌓인다면 중국 반도체기업도 점차 첨단 반도체 생산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기업들이 이처럼 반도체 시설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데는 미국 정부의 규제도 중요한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기 위해 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출제한 조치를 결정한 데 이어 구형 반도체도 제재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단기간에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구형 반도체를 앞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면 미국이 무리하게 중국산 반도체 수입 등을 규제하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낮아진 중국산 반도체를 미국 전자제품 제조사와 자동차기업 등에서 사들이지 못하게 되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제재에 대응해 구형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미국의 이러한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에서 이뤄지는 반도체 시설 투자는 대부분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증권사 바클레이스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량이 3년 안에 지금보다 약 60%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바클레이스는 “중국 반도체기업들의 역량은 현재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반도체 생산량이 예상치를 웃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중국에서 가동되는 반도체 생산공장은 44곳으로 파악된다. 올해 연말까지 32곳의 신규 구형 반도체공장이 운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반도체기업의 공격적인 생산 확대는 미국과 유럽을 위협하고 있다”며 “반도체 출하량을 늘려야만 할 이유가 충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에 반도체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현지 기업들의 시설 투자가 순조롭게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