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미국 하원 위원회에 출석한 마이클 리건 미국 환경보호청장.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메탄 배출량에 따라 화석연료 사업자에게 부담금(fee)을 부과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석유 사업체들을 대표하는 단체를 중심으로 메탄 부담금이 에너지 가격 상승과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메탄 관련 규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로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 외신 보도와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 연방정부는 메탄 배출에 비례한 부담금 부과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2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메탄 부담금 조항 추가를 제안했다. 메탄은 100년 기준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1배인 강력한 온실가스다.
현재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이산화탄소를 연간 2만5천 톤 이상 배출하는 기업에 메탄 배출량을 집계하고 보고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환경보호청은 여기서 추가로 보고된 메탄 배출량에 비례해 부담금을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제시된 초안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톤당 900달러, 2025년 1200달러, 2026년 1500달러로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마이클 리건 환경보호청장은 “오늘 제안이 현실화되면 화석연료 업계가 스스로 배출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혁신을 추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경보호청은 기업, 각 주 정부, 지역사회와 협력해 미국이 친환경 경제체제로 나아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보호청은 향후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는 ‘청정 대기법(Clean Air Act)’과 연계 방안을 논의해 부담금 적용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발표에 미국석유협회(API)는 같은 날 부담금이 '세금(tax)'과 다름없다고 비판하는 공식성명을 냈다. 미국석유협회는 미국 국내 석유 사업자 가운데 70% 이상이 가입된 조직이다.
미국석유협회 부회장실은 “미국의 에너지 생산자들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며 “생산자들에 부과되는 추가 세금은 이와 같은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미국 노스다코타주 와트포드에 위치한 유정에서 석유시추과정에서 발생한 천연가스를 태우고 있다. 메탄은 대부분 천연가스를 태울 때 발생한다. <연합뉴스> |
미국석유협회는 그 외에도 이번 조치가 에너지 가격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국 의회에 부담금 법안 부결을 촉구했다.
미국은 현재 세계 최대 원유, 천연가스 생산자다.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10월 기준 1350만 배럴이 넘었다. 천연가스 수출량도 기존 1위였던 카타르를 제치고 12월 기준 860만 톤을 달성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화석연료 최대 생산자인 미국에서 메탄 부담금 제도가 시행되면 아직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도 에너지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국내 에너지원 가운데 83.2%를, 전력 발전량 63.5%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외에도 메탄 규제를 향한 국제적 움직임은 확대되는 추세에 있어 대책 마련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미국과 ‘서니랜드 협정’에 서명했다. 서니랜드 협정에는 사상 최초로 중국의 메탄 가스 감축을 명시했다.
협정이 발표된 것과 같은 날 중국 정부는 ‘친환경 전환 5개년 계획’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메탄 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강력한 감시망을 구축을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11월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의 합의로 2030년부터 메탄 배출량이 높은 석유와 가스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에 잠정 합의했다.
구체적 제재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나 블룸버그는 위반한 사업자에게 '재무 패널티(financial penalty)'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에도 미국 좌익 정치권, 대표적으로 민주당(Republican Party)에서는 환영 의사를 내놨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에도 메탄 배출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환경보호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프랭크 팔론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겸 에너지 무역 위원회 위원은 공식성명을 통해 “석유와 가스 사업자들은 메탄 감축을 도외시하고 그대로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받아 왔다”며 “이번(환경보호청의) 메탄 감축 프로그램을 통해 화석연료 사업자들이 환경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