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22일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무탄소 에너지’ 달성을 위한 정부의 원자력발전 확대 계획이 이른 시일 내에 본격화한다.
다만 원전 건설을 위한 행정적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부터 송전망 등 인프라 건설과 관련한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적 여력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신규 원전 건설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전력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달 중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가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을 수립해 발표한다.
전기본은 정부가 2년마다 수립하는 15년 단위 계획이다. 이번에 마련되는 제11차 전기본은 2024~2038년에 걸쳐 적용된다.
전력업계가 제11차 전기본을 놓고 가장 주목하는 내용은 신규 원전 건설의 포함 여부 및 규모다.
국내에서는 2015년 제7차 전기본을 통해 신한울 3, 4호기 건설이 계획된 이후 신규 원전건설이 추진되지 않았다. 제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건설 계획이 포함되면 9년 만에 새로운 원전 건설이 추진되는 것이다.
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 안팎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제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관련 내용의 포함 여부 자체는 기정 사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제11차 전기본은 지난해 말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2~4기 정도 규모를 계획한 것과 달리 대통령실에서 10기 정도 계획을 요구하면서 조율 논의가 진행되면서 전기본 공개가 지연된 것으로 전해진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일 취임하면서 “올해는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달성 이 두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 확산에 힘을 다할 생각”이라며 “첨단 산업단지 등 미래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도 탄소중립을 향해 나가는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에너지 정책이 반영된 제11차 전기본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이 담기더라도 정부가 추진하는 무탄소 에너지 확대에 효과를 비롯해 실제 건설 가능성 등을 놓고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올해 총선 등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면 실제 원전이 가동되기까지는 해결돼야 할 변수가 많다.
원전은 건설이 시작되려면 실시계획 승인, 건설 허가 등 행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새울 1~4호기, 신한울 1~2호기 사례를 살펴보면 실시계획 승인까지만 30개월 가량이 걸렸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건설 허가까지는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2020년 2월6일 경주 임시 방폐장에 보관 중인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모습. <한국원자력환경공단> |
게다가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에서 2025년부터 기업들에 탄소배출량 관련 공시의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 지어질 원전이 당장 필요한 기업들의 무탄소 전원 확보에 기여하기도 어렵다.
원전 건설에 송전선 등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 따라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회사채 발행, 사상 첫 자회사에 중간배당 요구 등으로 버티고 있는 한전의 현재 재정상태를 고려하면 한전이 당장 몇 년 안에 대규모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한전 누적 적자는 약 45조 원, 누적 부채는 204조 원에 달한다.
원전 확대에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 역시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원전 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확보 문제다.
정치권에서도 고준위 방폐장 확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가 발의한 고준위 방폐장 확보와 관련한 법안이 3건 계류 중이다.
하지만 총선에 따른 계류 법안의 폐기, 원전을 중심으로 에너지정책을 둘러싼 여야 시각차 등을 고려하면 고준위 방폐장 관련 법안의 처리도 당장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의 지연이 심각하다”며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부지선정 절차에만 13년, 완공까지 37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고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소의 포화 시기는 2030년 불과 6년 앞으로 임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