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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회사 출신 환경자원장관이 COP29 의장, '석유업계 영향 강화' 논란 점화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1-08 13: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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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회사 출신 환경자원장관이 COP29 의장, '석유업계 영향 강화' 논란 점화
▲ 지난해 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위치한 시멘트 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무크타르 바바예프 아제르바이잔 환경·자원부 장관(가운데).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의장으로 국영석유회사 임원 출신인 무크타르 바바예프 아제르바이잔 환경·자원부 장관이 선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신임 의장의 출신을 들어 2년 연속으로 화석연료 업계 고위직이 기후총회 주도권을 차지했다고 비판했으나 다른 단체들은 그가 현직 환경 정책 담당 장관이며 환경 보호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라며 환영의사를 내놨다.

이번 COP29에서는 지난해 COP28에서 합의된 화석연료 전환 계획과 개발도상국 지원 재원 확보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만큼 바바예프 의장을 둘러싼 논란과 관심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로이터와 가디언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현지시각 5일 COP29 의장으로 선임된 바바예프 장관을 놓고 기후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소련에서 태어나 모스크바대학을 1991년 졸업한 무크타르 바바예프 장관은 1994년에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 소카르(SOCAR)에 입사해 2018년 임원으로 퇴직했다. 

2018년부터 아제르바이잔 환경·자원부 장관을 맡은 바바예프는 아제르바이잔 수도인 바쿠의 천연자원 관리도 맡고 있다. 바쿠에는 19세기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보다 산출량이 많았던 바쿠 유전이 위치해 있다.

아제르바이잔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22년 세계 에너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아제르바이잔은 수출의 약 90%를 석유제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부 예산의 60% 가량이 석유업계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 환경단체들은 바바예프 장관이 COP29 의장을 맡으면 석유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환경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에서 화석연료 캠페인을 담당하는 앨리스 해리슨 대표는 6일(현지시각) 낸 공식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COP28의 ‘데자뷰’"라며 “기후문제 논의의 장에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독재국가가 의장국을, 석유회사 대표가 기후총회의 대표를 맡는 일이 다시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글로벌 위트니스는 COP28 의장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최고경영자(CEO)가 맡자 의장직 사퇴를 요구한 적이 있었다.

석유회사 대표인 알 자베르 의장이 화석연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기후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업계의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COP28 당시 알 자베르 의장이 제시한 최종 합의문 초안에서는 각국이 강력하게 주장해온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빠져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반발을 샀다.

당시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아랍에미리트가 속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뒤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지난해 12월 석유수출국기구가 회원국에 발송한 공식 서한을 공개했는데 이 서한에는 석유수출국기구 사무총장 명의로 “화석연료와 관련된 일체의 합의를 거부하라”는 권고가 명시돼 있었다.

외신들은 아제르바이잔이 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는 나라라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지난해 12월12일 보도를 통해 COP29 의장국 선정 때도 러시아 입김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불가리아, 슬로베니아, 몰도바 등 여러 국가가 후보로 참여했는데 모두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COP 의장국 선임은 개최 지역 국가들의 만장일치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무산된다. 당시 러시아는 자국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치는 아제르바이잔 외 다른 후보들에 모두 반대표를 던져 사실상 아제르바이잔을 단독후보에 올렸다.

러시아는 석유수출국기구의 협력국이면서, 석유수출국기구와 비회원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 주도국이기도 하다. 
 
석유회사 출신 환경자원장관이 COP29 의장, '석유업계 영향 강화' 논란 점화
▲ 지난해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종회식에서 의사봉을 쥐고 있는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 <연합뉴스>
반면 세계 최대 기후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AN)는 의장 선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바바예프 장관이 아제르바이잔 환경·자원부 장관으로서는 물론 소카르 시절부터 오랫동안 환경 관련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후행동네트워크의 다스님 에솝 대표 디렉터는 AFP통신을 통해 6일(현지시각) “무크타르 바바예프 장관의 COP29 의장 선임을 환영한다”며 “바바예프 장관은 COP28에서 나온 화석연료 전환 합의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COP29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친환경 전환을 돕기 위한 기후 재무 마련도 주안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냈다.

가디언에 따르면 바바예프 장관은 2007년부터 소카르 환경부문 부사장 자격으로 석유 채굴 활동으로 오염된 토양 정화 활동을 지원해왔다.

이렇게 기후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원인을 두고 외신들은 바바예프 장관의 과거 행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가 아니라 정부 고위직들의 이력이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과거 그와 직접 대면한 이력이 있는 외교관들이 중심으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후전문매체 클라이밋홈뉴스는 바바예프 장관이 알 자베르 COP28 의장과는 차별화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미국 외교관은 클라이밋홈뉴스를 통해 “알 자베르 의장이 왕족 출신으로 권위적인 인물이었다면 바바예프 장관은 그에 비해 훨씬 (외교적으로) 친화적이고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앤 더스 전 주아제르바이잔 미국 대사도 “바바예프 장관은 그의 과제가 '아제르바이잔 시민들의 환경 인식 개선'이라고 꾸준하게 얘기해왔다”며 “그는 자신의 과업을 향한 열정과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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