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벅스가 경기 구리시에 반려동물 동반 매장인 구리갈매DT점을 오픈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로망이었어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으면 옆에 앉아 있는 강아지가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테이블에 놓인 케이크를 강아지도 먹고 싶은 눈치다.
집 앞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 해온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거실 풍경이 아니다. 그럼 스타벅스 매장에서 강아지와 함께 커피를 마신다고? 그렇다.
국내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반려동물 동반 매장으로 문을 연 ‘구리갈매DT점’ 얘기다.
구리갈매DT점 2층에는 약 165㎡(50평) 규모로 반려동물을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5일 경기 구리시에 위치한 구리갈매DT점에서 만난 한 고객은 “강아지를 키우고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스타벅스 매장에서 강아지와 함께 커피를 즐기는 순간을 꿈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객은 스타벅스에서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로망’이었다고까지 말했다.
로망이 이뤄져서일까. 강아지와 함께 구리갈매DT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하나 같이 행복한 표정이었다.
구리갈매DT점 입구는 모두 세 곳이다.
음료를 만드는 1층으로 들어가는 메인 입구와 반려동물 동반 공간인 2층으로 외부 계단을 따라 바로 올라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 2층 주차장에서 바로 연결되는 입구도 하나 더 마련돼 있다.
▲ 구리갈매DT점에는 모두 7개의 부스석이 마련돼 있다. 부스석은 이름처럼 하나의 부스로 이뤄져 있다. 낯가림이 심한 강아지나 독립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부스석에서 보호자 임수연씨와 있는 강아지 ‘토리’(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
2층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부스석이었다. 일반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좌석 형태다.
구리갈매DT점에는 부스석 7개가 마련돼 있다. 부스석은 이름처럼 하나의 부스로 이뤄져 있다.
낯가림이 심한 강아지나 독립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다.
부스석은 고객들이 자리가 나기 만을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더 많은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부스석 사용 시간은 2시간으로 제한된다. 부스석마다 스톱워치가 설치돼 있어 2시간으로 설정된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
부스석에 자리를 잡지 못한 고객들은 벤치 형태로 꾸며진 자리에 앉아 강아지들과 시간을 보냈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산책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미 알고 있던 사이였던 것처럼 인사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반려동물 라운지에서도 서로 모르는 고객들임에도 인사를 나누고 강아지들끼리 어울려 놀았다.
부스석이 몇 개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강아지 ‘라떼’ 언니 김현영씨는 “소심한 강아지들을 위한 부스석이 마련돼 있는 것은 좋지만 개수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며 “하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자고 약속했을 정도로 기대했던 것보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강아지들과 보호자들에 대한 스타벅스의 배려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새니터리스테이션’에는 배변봉투, 배변패드, 물티슈, 위생장갑, 탈취제 등이 비치돼 있다. 필요할 때 마다 편하게 가져다 쓰면 된다. 강아지 용품을 챙겨오지 못했더라도 불편함없이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강아지들이 배변을 하면 보호자들은 곧바로 새니터리스테이션에서 배변봉투를 가져와 능숙하게 정리를 시작했다. 이날 봤던 모든 고객들이 바닥을 물티슈로 닦아 뒷정리까지 했다.
▲ ‘새니터리스테이션’에는 배변봉투, 배변패드, 물티슈, 위생장갑, 탈취제 등이 비치돼 있다. 필요할 때 마다 편하게 가져다 쓰면 된다. 반려동물 전용 의자도 있다. 식당에 가면 있는 아기 의자를 생각하면 된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강아지 ‘라떼’(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
서울 강남구에서 찾아 온 강아지 ‘베이비’ 엄마 박제니씨는 “고객들 매너가 좋아 충격적이기까지 하다”며 “서로 배려하는 모습과 에티켓이 너무 좋아 놀랐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전용 의자도 있다. 식당에 가면 있는 아기 의자를 생각하면 된다. 강아지를 품에 안고 이용하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강아지를 전용 의자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고객들도 많았다.
벤치 아래와 부스석에는 리드줄을 걸어 놓을 수 있는 고리도 설치돼 있다.
반려동물 전용 물그릇과 전용 식수대도 마련됐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강아지 ‘요미’ 엄마 최수빈씨는 “반려동물 동반 매장을 운영하는 다른 커피프랜차이즈도 가봤지만 강아지 용품과 물그릇 등은 요청해야 받을 수 있는데 구리갈매DT점에서는 편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며 “스타벅스 반려동물 동반 매장 오픈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기대하며 기다렸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장을 잘 꾸며놔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최수빈씨는 강아지와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로망이었다는 그 고객이다.
▲ 반려동물 전용 물그릇과 전용 식수대도 마련됐다. <비즈니스포스트> |
스타벅스 관계자는 첫 번째 반려동물 매장을 준비하면서 고객 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파트너들도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층에는 반려동물 공간을 관리하는 직원이 1명 있다. 파트너들이 1층에서 최대한 음료 제조에만 신경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2층에 있는 직원은 바닥을 수시로 청소하고 고객들 요청사항을 처리해주는 등의 일을 했다. 전문가까지는 아니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1층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1층으로 내려가보니 여느 스타벅스 매장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1층으로 들어온 고객들은 구리갈매DT점이 반려동물 동반 매장인지도 모를 것 같았다.
구리갈매DT점은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일반 매장 공간이 철저히 구분돼 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온 고객들도 음료를 가지러 1층에 내려갈 때는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없다.
그럼 강아지와 둘이 온 고객이 음료를 가지러 1층에 내려갈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2층에는 강아지를 넣어놓을 수 있는 ‘웨이팅룸’이 마련돼 있다. 음료를 주문하고 가지러 갈 때는 웨이팅룸에 강아지를 잠시 넣어놓을 수 있다. 웨이팅룸에도 리드줄을 걸 수 있는 고리가 설치돼 있었다.
▲ 2층에는 강아지를 넣어놓을 수 있는 ‘웨이팅룸’이 마련돼 있다. 음료를 주문하고 가지러 갈 때는 웨이팅룸에 강아지를 잠시 넣어놓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음료를 가지러 갈 때 강아지를 데리고 갈 수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는 고객들도 있었다.
동네에 살고 있는 강아지 ‘토리’ 보호자 임수연씨는 “주문할 때 토리와 함께 있을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구리갈매DT점을 많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임수연씨는 본인의 세례명인 ‘바틸다’를 꼭 같이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주문할 때 강아지와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현행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음료를 제조하는 공간과 분리돼 있어야 한다. 정부는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통한 시범 매장을 운영한 후 법 개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구리갈매DT점도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통해 반려동물 동반 매장으로 오픈할 수 있었다.
2층 전체가 반려동물 공간인 것은 아니다. 2층도 유리벽을 통해 일반 매장 공간과 반려동물 동반 공간이 나뉘어 있다. 이 점에 대해 만족스러움을 표시하는 고객도 있었다.
박제니씨는 “다른 커피프랜차이즈 동반 매장을 가면 강아지를 데려오지 않은 옆 테이블 고객분들에게 눈치가 보일 때도 있다”며 “구리갈매DT점은 일반 고객들과 반려동물 동반 고객들 공간이 철저히 분리돼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구리갈매DT점에서 가장 있기 있는 공간은 바로 ‘포토존’이다. 구리갈매DT점에는 드라이브스루를 콘셉트로 한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포토존은 각자 데리고 온 강아지 사진을 남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 봐봐’ ‘옳지 옳지’ ‘귀여워’라는 말과 함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구리갈매DT점이 이미 ‘핫플’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박제니씨는 구리갈매DT점에 대해 친구들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 구리갈매DT점에서 가장 있기 있는 공간은 바로 ‘포토존’이다. 구리갈매DT점에는 드라이브스루를 콘셉트로 한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온 강아지 ‘요미’. <비즈니스포스트> |
최수빈씨도 “카톡에 강아지 모임 단톡방이 있는데 구리갈매DT점에 방문한 사진을 올렸더니 분위기가 너무 핫하다”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돼 있어 만족스럽지만 구리에 있어 접근성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서 “서울을 비롯해 더 많은 곳에 반려동물 동반 매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이들은 모두 구리갈매DT점이 멀리 있더라도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구리갈매DT점을 운영해 본 후 반려동물 동반 매장을 더 확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반려동물 동반 매장인 구리갈매DT점 점장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지 궁금했다.
리아 구리갈매DT점 점장은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강아지를 키웠다. 현재 키우고 강아지는 올해로 12살이 됐다.
리아 점장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매장이 생겨 신기하기도 하고 저 또한 다른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정말 많은 기대를 했던 매장이기도 하다”며 “고객들 반응이 너무 기대되는데 필요한 부분과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 비반려인과 반려인 모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리갈매DT점을 방문한 강아지들은 모두 달랐지만 고객들은 하나같이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이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