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근 내놓은 스마트폰과 주변기기 등 하드웨어 디자인이 혹평받으며 디자인 하면 애플이라는 명성에 흠집이 나고 있다.
애플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던 디자인 경쟁력이 삼성전자 등 경쟁사 제품에 뒤진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향후 시장판도가 삼성전자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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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이 7일 공개한 애플워치2와 아이폰7플러스, 에어팟. |
미국 소비자평가지 트러스트리뷰는 9일 “애플의 새 무선이어폰 ‘에어팟’을 착용하려는 사용자는 용기가 필요할 정도”라며 “디자인이 우스꽝스러운데다 가격에 비해 쓸모없는 제품”이라고 혹평했다.
애플이 7일 출시행사에서 아이폰7과 동시공개한 에어팟은 판매가격이 21만9천 원에 이르는 고가 무선 이어폰이다. 기존의 이어폰에 선만 자른 듯한 디자인으로 출시된다.
애플은 아이폰7시리즈에서 최초로 이어폰잭을 제거하며 사용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에어팟을 출시했다. 하지만 애플이 그동안 자랑해왔던 디자인 경쟁력과 거리가 먼 제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배터리케이스와 아이패드프로 전용 ‘애플펜슬’의 출시 때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두 제품 모두 높은 가격에 비해 사용이 불편하고 외관을 해치는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이폰7시리즈가 3년째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어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맞설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상반기 출시한 아이폰SE도 아이폰5S와 완전히 같은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시장조사기관 CCS인사이츠는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7엣지와 같은 제품에 맞서려면 더 공격적인 디자인 변화가 필요했다”며 “아이폰 판매량 둔화를 만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활용한 곡면화면의 ‘엣지’ 디자인을 점점 다양한 모델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접거나 휘는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엣지 스마트폰은 IF어워드와 미국산업디자인협회상 등 국제 디자인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며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판매비중이 늘어나며 스마트폰 실적개선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테크인사이더는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동안 애플의 디자인을 따라간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결국 지속적인 발전으로 애플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여홍구 삼성전자 디자인총괄은 테크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스마트폰 디자인에 앞서 실제 소비자의 반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엣지 디자인 도입은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애플이 이와 반대로 디자인 분야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에 실패할 경우 이전부터 애플 기기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던 고정사용자층마저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아이폰7의 내부 성능을 개선하며 충분히 디자인도 발전할 수 있었다”며 “최고의 제품만을 내놓는다는 애플의 기존 철학에 많은 소비자들이 의문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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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에 적용된 곡면 '엣지'스크린. |
경제전문지 인버스는 아이폰7이 그동안 애플이 내놓은 제품 가운데 스티브 잡스 전 CEO의 까다로운 디자인 철학에서 가장 크게 벗어난 제품이라는 평가까지 내놓았다.
2011년 잡스의 사망 이후 취임한 팀 쿡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는데다 애플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리더십에 꾸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아이폰7과 에어팟 등 신제품이 디자인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흥행에 실패할 경우 애플의 경쟁력을 문제삼는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은 아이폰7과 주변기기 디자인에서 모두 의문스런 선택을 하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경쟁력마저 잃을 경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보다 나은 점이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