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응철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가 우리금융그룹의 든든한 실탄을 지원받아 비은행 강화 밑그림을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여건이 쉽지 않은 증권사 인수합병에서 내부 경쟁력 강화로 시선을 돌린 것인데, 김 대표가 비은행 강화 선봉장으로 IB(투자은행) 관련 이익을 늘리며 올해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김응철 우리종합금융 대표이사가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강화 과제를 무겁게 짋어지고 있다. |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전날 우리종금에 5천억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한 2019년 뒤 가장 큰 규모다.
김응철 우리종금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영업한도 확대와 규제비율 안정성 확보 등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약”이라며 “앞으로도 단계적 자본확충을 추진하며 우리금융 내 딜 프로바이더(Deal provider)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비은행 사업 강화를 위해 ‘통큰’ 결정을 내린 것이다.
취임 뒤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증권·보험사 인수 등 그룹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내부 경쟁력 강화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우리종금 유상증자는 마땅한 증권사 인수합병 매물이 없는 가운데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단기간 내 인수합병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현실론을 반증한다”고 바라봤다.
우리종금은 최근 여의도 증권가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맞물려 종금업 인가를 지닌 우리종금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포석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종금은 그동안 우리금융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중심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유일 종합금융사로 증권중개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증권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서다.
우리금융이 이에 따라 증권사 인수합병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우리종금에 공을 들인다는 해석도 나왔다. 우리금융의 6월 우리종금 완전자회사 편입을 두고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우리종금 유상증자에도 김응철 대표의 부담은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종금의 올해 증권업무 관련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종금은 수수료 수익으로 9월 말까지 213억9974만 원을 벌었다. 1년 전(550억5154만)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IB업무 등이 포함돼 있는 인수/자문/주간 수수료 수익은 145억4611만 원으로 1년 전(246억6927만)의 60% 수준이었다.
실적도 결국 악화됐는데 3분기 말 연결기준 순이익은 184억3206만 원으로 1년 전(682억7773만 원)의 30%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 증권업계는 인수합병 시장 자문실적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업황 악화 등의 악재를 겪었다. 하지만 우리종금 실적이 업권 대비 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9월 말 기준 증권사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1년 전보다 14.2% 감소했다.
우리종금은 IB업무를 계속해서 강화한다는 계획을 마련해 뒀다.
분기 보고서마다 “IB업무 본격화로 업무영역의 다변화를 통한 수익원을 다각화하겠다”며 “향후 대형 IB증권사와 상호보완적 관계 유지하며 틈새시장을 타겟으로 회사채 발행과 인수합병 등 IB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IB업무에서 그룹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앞서 2021년 만든 CIB(투자금융과 기업금융)사업본부를 중심으로 IB공동영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내놨다.
김응철 대표가 이번 유상증자를 토대로 반전을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에서 경력 대부분을 보냈다.
임종룡 회장이 올해 3월 실시한 첫 계열사 최고경영자 인사에서 발탁했다.
1966년생으로 한양대 법과대학을 졸업해 우리은행 비서실장과 글로벌 전략부장, 본점1기업 영업본부장, 글로벌그룹 집행부행장보, 외환그룹 집행부행장보 등을 거쳤다.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합병 시장을 계속 들여다보는 한편 이번 증자가 비은행 부문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증자로 우리종금 자본금이 증권사 기준 중위권으로 올라서 영업범위도 넓어지고 그룹 비은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번 유상증자 때문에 증권사 인수를 들여다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