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독일 드레스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 TSMC >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독일 정부에서 반도체공장 건설과 관련한 보조금을 받지 못 해 투자 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0억 유로(약 14조 원)를 들이는 대규모 투자에서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고 있던 만큼 경제성이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TSMC는 현재 독일 드레스덴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투자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부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앞으로 9개월 안에 독일 정부에서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TSMC가) 프로젝트를 완전히 취소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현재 NXP와 보쉬, 인피니언 등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한 뒤 독일에 100억 유로 규모의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두고 있다.
독일 정부가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50억 유로(약 7조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으며 투자 결정 절차에 속도가 붙었다.
당초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편성된 예산 일부를 TSMC와 인텔 등 반도체기업의 현지 공장 투자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독일 법원에서 이러한 예산 변경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정부가 자금을 확보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인텔 역시 독일에 300억 유로 규모의 반도체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데 TSMC와 같은 입장에 놓여 99억 유로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졌다.
독일 정부는 반도체 지원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정부의 예산 부족 문제를 두고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독일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반도체기업들에 제공할 지원금을 편성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TSMC가 자연스럽게 독일에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을 철회하는 수순을 밟을 공산이 크다.
독일 정부는 법원 판결 영향으로 예산이 묶이면서 해외 기업들의 현지 시설 투자를 유치하는 일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아져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법원의 판결로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 곳은 TSMC와 인텔 등 대형 반도체기업뿐 아니라 중소 반도체기업 또는 철강업체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 반도체기업 임원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독일은 유럽에서 유독 경제 성장이 부진한 ‘환자’일 뿐만 아니라 어리석기까지 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