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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백화점 정민규,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성지' 만든 스토리의 힘

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 2023-11-30 16: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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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대백화점 정민규,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성지' 만든 스토리의 힘
▲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디자이너.
[비즈니스포스트] 평일에는 5천 명, 주말에는 1만 명씩 찾는 곳. 크리스마스 장식 무료 사전예약권마저 웃돈을 줘야하는 곳.

‘크리스마스 성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더현대서울’ 얘기다.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은 원래 커다란 트리가 놓여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마을처럼 꾸며 동화같은 이야기를 담기 시작하며 입소문을 탔다.

더현대서울을 크리스마스 성지로 탈바꿈 시킨 주인공은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디자이너'다.

VMD는 ‘비주얼머천다이저’의 약자로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는 등 매장 전체를 꾸미는 직업이다.

29일 서울시 강남구 현대백화점 본사에서 정 책임디자이너를 만났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재미있는 이력을 가졌다. 

그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건축학을 전공한 이유는 누나와 대결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저보다 5살 많은 누나가 파인아트를 전공했어요. 어릴 때 누나와 저 둘 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하니 부모님께서 그림을 시켜보신거죠. 5살 많은 누나를 제가 어떻게 이기겠어요. ‘그럼 누나가 디자인하고 민규는 너는 다른거 해’ 이렇게 된 거죠.”

정 책임디자이너는 디자인 계열과 가장 가까운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건축학을 선택했다.

졸업 후 건축가로 일하면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장님의 집을 인테리어 하기도 했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회장님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현대쪽은 아니라고 했다.

일하던 인테리어팀이 해체되면서 유학을 택했다. 미국 뉴욕대학교(NYU)에 들어가 논문을 준비했다. 그 때도 백화점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가 끝나면 백화점을 들렀다가 올 정도였다.

그 와중에 영국에 있는 백화점 3개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리버티, 셀프리지, 헤롯 백화점 등이다.

오프라인 리테일이 쇄락하고 있는 시점에도 3개 백화점은 매출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에 대한 논문을 썼고 뉴욕대학교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에 인연을 맺은 것이 바로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 VMD에 지원했다.

“백화점 다니는 것을 좋아하니까 유럽에서 백화점 쇼윈도를 볼 때마다 ‘내가 하면 저것보다 잘 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크루엘라’처럼 내가 하면 이렇게 할 텐데라는 생각을 계속 한거죠. 이런걸 하는 직업은 뭘까 찾아봤는데 그게 VMD더라구요.”

2020년에 현대백화점에 입사했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담당한 것은 2021년부터다.

정 책임디자너와 더현대서울의 인연은 예전부터 이어져 있었다. 운명이었을까.

더현대서울이 들어서 있는 건물은 처음부터 백화점으로 쓰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건축가로 일할 당시 더현대서울이 들어선 건물 설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인터뷰] 현대백화점 정민규,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성지' 만든 스토리의 힘
▲ 더현대서울 5층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 H빌리지 ‘해리의 꿈의 상점’이 진행 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석사 공부 등을 거쳐 선택한 VMD 직업이 어떤지 궁금했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VMD일이 너무 재미있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웃었다. 지금까지 해 본 건축, 인테리어, VMD 가운데 VMD 일이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정 책임디자이너를 보면서 학창시절 ‘핵인싸’였을 것 같아 물었다. 초중고 때는 핵인싸였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하지만 대학교 때는 건축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학교 스튜디오에서 밤을 새거나 도서관에 파묻혀 살았다고 한다.

경쟁사 크리스마스 장식이 매년 2월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이미 유명한 얘기다. 하지만 정 책임디자이너의 내년 크리스마스 준비는 12월부터 시작된다.

해외 크리스마스 장식을 경험하기 위해 12월이면 파리, 런던 등으로 출장을 간다.

출장을 다녀온 후 4월까지 3개의 콘셉트를 준비해 상부에 보고를 올린다. 상부에서 선택한 1개 콘셉트를 중심으로 구성된 크리스마스 장식이 고객들에게 소개되는 것이다.

올해 진행되고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가장 마음에 들어한 구성은 아니라고 한다. 3개 콘셉트 가운데 정 회장이 더 마음에 들어하는 구성이 있었지만 다른 장식 콘셉트로 결정됐다. 선정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치열한지를 알 수 있는 일화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무엇을 하면서 쉴까. 여행과 쇼핑을 좋아한다고 했다.

원래는 1년에 서너번씩 해외에 나갈 정도로 여행을 좋아했는데 올해는 너무 바빠서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올해 경쟁사들 크리스마스 장식 현장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만이 가진 경쟁력으로 ‘스토리의 힘’을 꼽았다.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에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이야기를 직접 쓴다.

정 책임디자이너가 전공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절 건축학보다 먼저 떠올린 것이 영화다.

박찬욱 감독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보다는 박찬욱 감독이 좋다며 웃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직접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군대 시절에는 ‘정병장의 만년필’이라는 수필을 공모전에 내기도 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야기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했다.

“평소에 뉴스를 잘 보지 않는 편인데 크리스마스 장식 속 이야기에 녹이기 위해 글로벌 이슈들을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2021년에는 코로나,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올해는 전쟁 이후 상처받은 아이들을 이야기에 녹였어요.”

정 책임디자이너가 글로벌 이슈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현대백화점이 내세우고 있는 미션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라는 미션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이 미션을 크리스마스 장식 속 이야기에 풀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디자인 콘셉트가 완벽하면 그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건들 수 없어요. 저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고객을 행복하게, 세상을 풍요롭게’라는 현대백화점만의 미션에 이야기를 담는 거죠. 글로벌 이슈에 현대백화점만의 미션을 더해주는 명쾌한 콘셉트를 만들어요. 그리고 그 콘셉트를 바탕으로 저희가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녹인 이야기를 만들어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간만 구성하면 이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무도 터치할 수 없는 거에요.”

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정 책임디자이너의 얼굴은 진지했다.
 
[인터뷰] 현대백화점 정민규,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성지' 만든 스토리의 힘
▲ 정민규 현대백화점 VMD팀 책임디자이너는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은 공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아쉬운 점은 없을까.

“있지 왜 없겠어요. 더현대서울 크리스마스 장식은 공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거든요. 제가 분석했을 때 세계 유명 백화점들 중에도 직접 무언가를 만져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은 없어요. 저희가 준비한 이야기를 입구에서 영상으로 접하고 천천히 둘러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고객들은 입장하시자마자 달려가서 사진찍으시기 바쁘거든요. 하하.”

더현대서울이 2021년부터 마을 형식으로 장식을 꾸미는 데는 그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됐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크리스마스 장식 규모를 키우기 위해 경영진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2023년 더현대서울은 ‘크리스마스 성지’가 됐다.

정 책임디자이너는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말했다. 백화점가서 쇼핑을 해도 항상 일이랑 연관시킬 수 있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VMD 일에 대한 애정과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VMD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을 물었다.

“걸그룹 ‘뉴진스’가 광고 촬영을 하러 방문한 적이 있어요. 해리의 상점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 멤버가 ‘엄마랑 또 오고 싶다’고 하는거에요. 우리도 굉장히 좋은 곳 가고 하면 가족이랑 와야지, 애인이랑 와야지 하잖아요. 저 들으라고 한 얘기도 아닐거고 다른 멤버한테 저런 얘기를 하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마지막으로 현대백화점 VMD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제 목표는 딱 하나에요. 현대백화점이 글로벌한 백화점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대백화점이 세계 유명 백화점 대열에 합류하는거에요. 그래서 현대백화점이 하는 연출이 항상 이슈가 되고 디자이너들이 눈여겨 보는 백화점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게 제일 큰 제 바람입니다.” 윤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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