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오너경영체제 전환의 9부능선을 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오너경영체제 전환의 9부능선을 넘게 된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10일 올해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정기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2021년 사장으로 승진한지 2년 만에 부회장 직함을 얻게 됐다.
정 부회장은 2009년 1월 현대중공업(현 HD현대) 재무팀 대리로 입사했다 그 해 8월 미국으로 유학하며 회사를 떠난 뒤 크레디트스위스 인턴, 보스턴컨설팅그룹 한국지사 컨설턴트 등을 지냈다.
이후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선박영업부 수석부장으로 회사에 복귀했다.
최초 입사 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4년 만에, 복귀 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0년 만에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인 셈이다.
HD현대그룹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988년 현대중공업 회장에서 물러나 정치활동을 본격화한 뒤로 30년 넘게 전문경영인체제로 유지됐다.
정기선 부회장의 그룹 경영 참여와 함께 점차 오너경영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현재 HD현대그룹 내에서 정기선 부회장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은 권오갑 HD현대 회장뿐이다. 권 회장은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의 신임을 두텁게 받으며 정기선 부회장의 그룹 경영체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주문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선 부회장에게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아버지인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을 순조롭게 승계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기선 부회장의 그룹지주사 HD현대 지분율은 5.26%로 아버지인 정몽준 이사장(지분율 26.0%)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아야 한다. 배당이나 자회사 기업공개를 통해 상당한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HD현대 측은 정기선 부회장이 세계 조선경기 불황으로 전사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의 체질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다고 설명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영업활동을 통해 회사 생존을 위한 일감을 확보하는 한편 기술개발을 통한 미래 준비에도 온 힘을 쏟았다. 2016년에는 선박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여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조선사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에 앞장섰고 동시에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도 집중해 왔다.
2021년에는 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까지 HD현대 계열 전반에 걸친 역량을 결집한 '수소밸류체인' 구상을 공개했으며 2022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과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의 업무협약(MOU)울 체결하는 등 새로운 사업 영역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 부회장은 주요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경영자로서의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2015년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합작조선소 IMI 설립을 주도한 이후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를 체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또한 올해 초 CES 2023에서는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그룹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내년 초에 열리는 CES 2024에서는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5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HD현대는 자녀 유치원비 지원,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도입, 임직원 패밀리 카드, 사내 결혼식장 무료 지원 및 포토부스 제공,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 행사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 가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