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이 대만에 HBM 반도체 신규 생산설비를 증설하며 인공지능 관련 수혜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의 HBM3 2세대 메모리 기술 안내 이미지. <마이크론> |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론이 대만을 HBM(고대역) 메모리반도체 중심 생산기지로 운영하며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메모리반도체 3사 사이 벌어지는 HBM 시장 선점 경쟁에서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7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인공지능 열풍’에 수혜를 노리며 한국 반도체 경쟁사들과 치열한 대결을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 등 기업이 생산하는 인공지능 반도체와 함께 쓰이는 HBM 및 고사양 D램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목표가 중점적으로 추진된다.
마이크론은 이를 위해 대만과 일본을 HBM 반도체 주요 생산거점으로 삼아 시설 투자를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대만은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위탁생산하는 TSMC의 첨단 파운드리 및 패키징 공장이 모두 운영되는 지역이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6일 대만에서 열린 고사양 반도체 생산설비 개소식에서 “신규 생산시설은 마이크론이 HBM 메모리 생산을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로트라는 마이크론이 지난 10년 동안 대만에 300억 달러(약 39조 원)를 투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공지능 열풍에 중심이 되는 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HBM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기준 세계 HBM 시장에서 50%, 삼성전자는 40%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마이크론은 10%에 그치고 있다.
마이크론은 기술 경쟁력을 키워 한국 반도체 경쟁사들의 점유율을 공격적으로 추격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른 시일에 양산을 앞두고 있는 HBM3 2세대 규격의 메모리, EUV(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1-감마 미세공정 D램을 통해 차세대 기술 속도전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의 고사양 D램은 대부분 대만과 일본에서 생산된다.
닛케이아시아는 “마이크론은 대만과 일본이 한국 경쟁사들과 인공지능 관련 대결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모두 HBM 반도체 생산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여러 기업들 사이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수요와 공급 변화에 따른 업황 변동에 실적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최근까지 장기간 이어진 메모리반도체 업황 침체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며 부진한 성과를 냈다.
반면 HBM과 같은 차세대 반도체는 큰 폭의 기술 격차가 나타날 수 있고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높기 때문에 반도체기업들에 차기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론은 2018년부터 인공지능 관련 HBM 반도체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만에 신설한 반도체 생산설비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대만 경제와 글로벌 기술 혁명을 주도하는 마이크론의 대만 내 투자 확대 결정을 환영한다”며 긍정적 반응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