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이 노조 요구에 따라 전기차 생산 증설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참고용 이미지. <블루오벌SK> |
[비즈니스포스트]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를 포함한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체결한 새 계약에 맞춰 전기차 생산량을 더 공격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가 최근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공급 과잉 사태가 벌어지며 한국 배터리업체들까지 악영향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P통신은 6일 “빅3 자동차기업이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며 “그러나 소비자들이 이를 구매할 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는 9월 중순부터 약 6주에 걸친 파업을 통해 빅3 자동차기업을 압박하며 임금 인상과 일자리 보장을 요구해 왔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는 결국 평균 임금을 대폭 높이는 동시에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제시하며 새 계약조건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빅3 자동차기업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라 내연기관 차량 및 부품공장 근무자들이 전기차 분야로 이직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그러나 AP통신은 “전기차에 실제 소비자 수요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동차기업들의 생산 확대 목표가 정당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바라봤다.
전기차 수요가 최근 들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빅3 자동차기업이 일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은 공급과잉 등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미자동차노조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에 임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사상 처음으로 모든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파업을 실시하는 강수를 뒀다.
결국 노사협상에서 노조가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며 유리한 계약 조건을 이끌어냈다.
빅3 자동차기업은 전기차 중심 사업 전환을 주요 목표로 앞세우고 있던 만큼 생산 증설 속도를 앞당기며 합의에 성공했지만 어느 정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GM과 포드는 모두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며 내연기관 차량에서 사업 전환에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노조의 강경한 대응 방향을 고려한다면 전기차 생산 증설을 늦추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의 전기차 생산 확대는 배터리 주요 공급사로 자리잡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에 모두 긍정적 변화로 꼽힌다.
▲ LG에너지솔루션과 GM 미국 테네시 배터리공장 예상 조감도. <얼티엄셀즈> |
GM은 LG에너지솔루션 및 삼성SDI, 포드는 SK온, 스텔란티스는 삼성SDI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며 안정적인 수급망 확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차기업들이 노조 요구에 맞춘 무리한 생산 증설로 전기차 공급 과잉을 주도한다면 중장기 차원에서 이는 오히려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불확실성을 키우게 된다.
배터리공장 가동이 시작되거나 투자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다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거나 투자 성과를 거두는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미 빅3 자동차기업이 한국 배터리 협력사와 건설하는 합작공장에서 노동자 임금을 높이고 노조 가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 내 배터리공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노조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등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빅3 자동차기업이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증설로 향후 전기차 출하량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까지 떠오르며 미래를 예측하기 쉽지 않게 됐다.
다만 미국 정부의 전기차산업 육성 의지가 강력하고 향후 수요가 회복할 가능성도 고려한다면 전기차 생산 확대는 배터리업체들에 성장 기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올해 전기차 판매 비중이 지난해 대비 다소 낮아졌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및 배터리 생산 원가가 꾸준히 낮아지면서 점차 내연기관 차량 대비 가격 경쟁력을 높여 본격적으로 대중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기업들의 공장 증설이 규모의 경제효과를 일으켜 전기차 판매가격 하락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할 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30년 47%, 2040년 86%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