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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후위기 미디어 콘퍼런스, "기후 보도 부족" "솔루션 중심 접근 필요"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3-11-03 17: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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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후위기 미디어 콘퍼런스, "기후 보도 부족" "솔루션 중심 접근 필요"
▲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3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와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기후위기 보도의 이상과 현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언론사의 기후위기 보도량이 부족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기후위기에 따른 결과와 피해의 심각성은 잘 다루는 편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개인의 실천방안, 제도적 및 정책적 해결 방안을 다룬 기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3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와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기후위기 보도의 이상과 현실을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0대부터 60대까지 2천여 명의 보도 수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진 위원은 국내 기후위기 보도의 양과 질 모두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미래가 아닌 현재’로 다가온 기후위기와 관련해선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4.7%는 ‘기후위기 문제는 실제로 심각하다’는 데 공감했다. 기후위기가 과장됐다고 생각하거나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12.2%)의 숫자를 압도했다.

그러나 국내 기후위기 보도의 수는 사람들이 느끼는 중요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응답자의 73.1%는 기후위기 보도량이 부족(60.6%)하거나 턱없이 부족하다(12.5%)하다고 응답했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국내 기후위기 보도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7.9%는 기후위기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대답했다. 문제가 없다고 보는 응답의 2배를 넘는 것이다.

국내 기후위기 보도가 홍수, 가뭄 등에 관한 피해를 평면적으로 드러내는 데만 치중됐다는 것이다.

기후위기에 따른 부정적 결과와 피해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기사를 놓고는 과반수의 응답자가 적절히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기후위기에 일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실천방안’, ‘기후위기에 관한 제도적, 정책적 해결방안을 다룬 기사’, ‘기후위기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는 기사’ 등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각각 모두 절반을 넘었다.

진 위원은 “특히 국내 언론게가 기후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기업 또는 정치인의 책임을 묻거나 사회 전체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에 소홀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며 “사회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행동에 나설 의지도 없진 않아 보이지만 언론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 언론계가 기후위기 보도에 소홀하다는 점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세계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보도에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영국 가디언은 이미 2019년 10월 기후위기 보도 등과 관련한 규정인 환경서약을 내놓고 이를 매년 보완하고 있다.

이 환경서약에는 △상업적, 정치적 이해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과학적 사실에만 근거해 보도 △탄소경제를 떠받치는 구조, 기후불평등에 관한 탐사보도 △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낼 수 있는 용어 사용 △화석연료 채굴 기업의 광고를 싣지 않을 것 등이 포함된다.

가디언은 2021년 ‘우리는 모두 기후저널리스트’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프랑스 AFP, 르몽드는 2019년 기후변화 이슈를 보도 우선순위로 정하고 전문 인력을 확대했다. 

여러 언론사 혹은 언론인들이 연대한 사례도 있다. 스페인에서는 2019년 시민단체 등과 언론사 70곳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언론 선언’을 내놨고 프랑스 언론인들도 2022년 ‘생태 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저널리즘 헌장’을 발표했다.

진 위원은 기후위기 보도 자체를 늘려야 함과 동시에 ‘솔루션(해법)’ 중심의 보도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가 당장 나에게 중요한 문제이며 이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보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공포심이나 죄책감을 유발하는 보도는 독자를 무기력하게만 만들 뿐”이라면서 진 위원은 “많은 수용자는 이상적 대응 방안 정보를 찾기 위한 보도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 참여한 기자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현장] 기후위기 미디어 콘퍼런스, "기후 보도 부족" "솔루션 중심 접근 필요"
▲ (왼쪽부터) 조재희 서강대학교 교수, 한삼희 조선일보 수석논설위원, 장세만 SBS 기자, 최우리 한계레신문 기자, 박상욱 JTBC 기자, 홍주현 국민대학교 부교수,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이 3일 서울 양천구 한국방송회관에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후위기와 미디어 컨퍼런스' 세션2에서 패널토론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상욱 JTBC 기자는 “토론을 준비하다 보니 반성문이 되는 느낌이었다”며 국내 언론계의 보도가 다른 주체들의 기후위기 대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기자는 “국내에서 기후위기에 둔함하고 느리게 반응하고 있는 집단이 바로 미디어가 아닐까 싶다”며 “수출 분야에서 직접 영향을 받는 기업은 발빠르게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대응하고 있고 이어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보도의 문제를 언론인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업계의 관행을 깨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최우리 한겨레신문 기자는 “현재 언론사의 출입처 구분으로는 기후변화를 다루는 기자들이 섬처럼 존재한다는 느낌”이라며 “제한된 시간이 주어지는 편집회의에서는 기후변화라는 복잡한 주제를 효율적으로, 주요하게 논의하는 물리적 간이 제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사회에서 합의된 이야기만 하는 안전한 보도를 추구하는 언론사 관행이 기후보도의 질적 성장을 막는 데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기후 관련 기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도 차원에서 기후위기 보도를 활성화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언론인도 있었다.

장세만 SBS 기자는 “우리 사회에서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평가와 그 평가에 따른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기자들의 각성, 언론사의 각성, 소비자의 각성이 중요한데 이를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에서 평가와 보상이라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언론 재허가 평가 제도에 기후위기 보도 역량을 확대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에는 가점 방식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안에서 1천 점 만점의 1점 정도만 기후위기 보도 관련 내용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가디언은 세계 모든 언론 가운데 기후 관련 보도에서 가장 앞도적 권위와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며 "뉴욕타임스도 2017년 기후 데스크를 신설하고 2020년 80명의 기자들이 기후 저널리즘을 맡고 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디어는 기후위기 대응, 탄소중립의 미래를 위해서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기후위기라는 새로운 시대로 향해 가는 상황에서 미디어가 기휘위기 해결을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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