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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애널리스트의 사관학교’로 불린다.
대우증권은 국내 증권사를 대표한다. 역사로 따지면 더 오래 된 증권사도 있지만 대부분 대우증권을 대표로 꼽는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잠시 주춤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도 꾸준한 실적을 내며 지금도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우증권도 2010년 이후 증권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을 피해가지 못하며 잠시 흔들리기도 했다. 홍성국 센터장은 이런 대우증권을 다잡기 위해 2012년 7월 ‘명가재건’이라는 과제를 안고 리서치센터에 투입됐다.
홍 센터장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고 미래연구소로 한 발 물러났다가 3년 만에 다시 현장으로 들아왔다. 홍 센터장의 지휘 아래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예전의 명성을 서서히 되찾아 가고 있다.
◆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부활
매년 주요 언론사들은 애널리스트와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평가한다. 여러 언론사가 각자 진행하는 이 평가에서 구체적 순위는 조금씩 다르게 나온다.
그러나 평가를 진행하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한 목소리로 지목하는 게 하나 있다. 바로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부활이다. 그 부활의 중심에 홍 센터장이 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1월 매일경제신문이 진행한 리서치센터 평가에서 4위를 차지했다. 2012년 18위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치고 올라왔다. 한국경제신문이 진행한 평가에서도 2012년 말 5위까지 떨어졌다가 올 상반기 2위로 부상했다.
홍 센터장은 2012년 7월 다시 센터장으로 돌아오며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평가순위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도 “자존심이 상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상당한 수준의 약진을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증권업계 인사들은 앞으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가 1위를 다시 찾을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 채권부문 강화 및 신인 애널리스트 발굴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강점은 채권부문이다. 홍 센터장은 귀환한 뒤 기회를 발굴하고 위기대응을 할 수 있도록 채권부문을 강화했다.
국내외 채권시장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분석자료를 일간, 주간, 월간으로 나눠 제공했다. 이 분석자료는 업계에서 정확도를 인정받고 있다.
홍 센터장은 “지난해 시황 및 채권시장에 대한 적절한 예측과 다양한 분석을 통해 시장의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투자정보와 선제적 분석을 통해 리서치 명가의 명성을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센터장은 대우증권의 취약점으로 지목된 신인 애널리스트 부재 문제도 해결했다.
상반기에 한국경제신문이 진행한 애널리스트 평가의 지주회사 부문과 신용분석 부문에서 대우증권의 신인 애널리스트들이 베스트로 선정됐다.
홍 센터장은 “리서치 어시스턴트(RA)들을 제대로 교육시켜 미래를 대비한 예비군으로 만들겠다”며 “애널리스트는 투자환경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만큼 바뀐 환경에 맞게 리서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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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지난 2007년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을 방문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향후 증시전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뉴시스> |
◆ “애널리스트는 책을 읽어야 하는 사람”
애널리스트는 직업의 특성상 40세가 넘으면 퇴출되기 시작한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사람은 대부분 30대고 50세를 넘긴 애널리스트는 찾기 어렵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50세를 넘긴 홍 센터장이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부활을 이끌 수 있던 비결이 무엇일까?
그는 센터장을 맡으면서 “리서치센터 전원을 30대 청춘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시각으로 널리 볼 것을 제안했다.
홍 센터장은 “애널리스트가 주워들은 얘기만 가지고 분석 보고서를 쓰는 것은 고객에 대한 기만”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이 공부하지 않고 큰 밑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면 한국의 금융시장은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서를 강조했다. 큰 틀의 넓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리서치를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다독가다. 그의 집무실에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책 곳곳에 빨간 형광펜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다. 홍 센터장은 책을 읽을 때 새로운 내용을 발견하면 밑줄을 긋고 그 내용을 A4용지에 정리해 두는 습관을 13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트가 그의 아이디어 창고가 됐다.
홍 센터장은 젊었을 때부터 회사를 오가는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책을 읽어 내용을 정리했다. 그는 그렇게 정리해 둔 아이디어들을 후배 애널리스트들에게 던져주기도 한다.
그는 처음 센터장으로 재임할 때 애널리스트들이 돌아가며 신간도서를 읽고 발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 ‘용감한 발언’과 ‘조직력 회복’이 과제
그는 대우증권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용감한 발언’과 ‘조직력 회복’을 들었다.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비관론도 서슴지 않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센터장은 “그동안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리포트를 써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것을 두려워했다”며 “하지만 이제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고유의 조직력을 복원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는 “명품이라는 시계의 뒷면을 열어보면 부속 하나라도 안 쓰이는 게 없고 하나가 움직이면 다른 것도 같이 움직인다”며 “밑으로부터 열정을 발산시킬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자기영역을 고집하기보다 같이 하려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그동안 지나치게 엄격하고 경직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과거부터 내려온 엄격한 도제시스템으로 인해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그 어느 증권사보다 엄격한 편이다. 대우증권 특유의 분위기는 그동안 장점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홍 센터장은 대우증권의 전통을 이어가는 동시에 젊은 애널리스트들도 포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는 서강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줄곧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다. 특히 1년 반의 지점생활과 4년 동안의 법인영업 근무를 제외하고 줄곧 리서치센터에서 근무한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그러나 홍 센터장은 증권가에서 흔한 MBA나 박사학위가 없다.
그는 2000년 4월부터 투자분석부장을 맡아 대우사태 이후 침체됐던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를 리서치 명가로 재건한 일등공신이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하다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미래설계연구소장과 리서치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